꽃밭의 독백獨白
-사소(娑蘇) 단장(斷章)
노래가 낫기는 그 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낮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 섰을 분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海溢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P68
*사소는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어머니.
처녀로 잉태하여 산으로 신선수행을 간 일이 있는데,
이 글은 그 떠나기 전, 그의 집 꽃밭에서의 독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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