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질마재로 돌아가다 - [43] 꽃밭의 독백獨白

나무향(그린) 2013. 8. 27. 06:47

꽃밭의 독백獨白

-사소(娑蘇) 단장(斷章)

 

노래가 낫기는 그 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낮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 섰을 분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海溢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P68

 

*사소는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어머니.

처녀로 잉태하여 산으로 신선수행을 간 일이 있는데,

이 글은 그 떠나기 전, 그의 집 꽃밭에서의 독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