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無題·1 - 서정주
하여간 난 무언지 잃긴 잃었다.
약질의 체구에 맞게
무슨 됫박이나 하나 들고
바닷물이나 퍼내고 여기 있어 볼까.
별에는 도망갈 구멍도 없고
호주濠州말로 마구잡이 달려간대도
끝끝내 미어지는 포장布帳도 없을 테니!
여기 내 바랜 피 같은 물들
모여 괴어 서걱이는
이것 바닷물
됨질하는 시늉이나 하고 있을까.
살 닿는 데 꾸려 온 그런 거 든가.
네 손이 짧거든 내 손이 길거나
내 손이 짧거든 네 손이 길 것을,
아무리 닿으려도 닿지 않던 것인가.
하여간 난 무엇인지 잃긴 잃었다. ........................................P63
'▒▒▒마음의산책 ▒ > 미당 서정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질마재로 돌아가다 - [42] 근교의 이녕泥濘 속에서 (0) | 2013.08.26 |
---|---|
질마재로 돌아가다 - [41] 두 향나무 사이 (0) | 2013.08.25 |
질마재로 돌아가다 - [39] 다섯 살 때 (0) | 2013.08.23 |
질마재로 돌아가다 - [38] 상리과원上里果園 (0) | 2013.08.22 |
질마재로 돌아가다 - [37] 광화문 (0) | 2013.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