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질마재로 돌아가다 - [40] 무제無題·1

나무향(그린) 2013. 8. 24. 04:31

무제無題·1 - 서정주

 

하여간 난 무언지 잃긴 잃었다.

약질의 체구에 맞게

무슨 됫박이나 하나 들고

바닷물이나 퍼내고 여기 있어 볼까.

 

별에는 도망갈 구멍도 없고

호주濠州말로 마구잡이 달려간대도

끝끝내 미어지는 포장布帳도 없을 테니!

여기 내 바랜 피 같은 물들

모여 괴어 서걱이는

이것 바닷물

됨질하는 시늉이나 하고 있을까.

 

살 닿는 데 꾸려 온 그런 거 든가.

네 손이 짧거든 내 손이 길거나

내 손이 짧거든 네 손이 길 것을,

아무리 닿으려도 닿지 않던 것인가.

하여간 난 무엇인지 잃긴 잃었다. ........................................P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