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선언 - 서정주
반 안에서 시계를 잃어버린 학생이 있어,
"누가 훔쳤나?"
이 학생 저 학생 눈칠 보고 있더래도
점잖게 가만히만 있으면 다 되는 것인데,
나는 그 눈치 보기가 나를 스치는 걸 보고는
참지 못해 가슴에서 열이 북받쳐
"밖으로 나가자!"고
그 시계 잃은 권력가를 끌고 나갔다.
그러고는 목청을 다해
"이놈아! 잘못해서 잃었으면 잃었지
어저자고 누굴 모다 의심해야 해?"
햇볕에서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다.
그래서 그 뒤부터는 어떤 학생들은
"이상한 놈이다. 제가 안 훔쳤으면 그만이지
무엇이 저려서 그 꼬락서니야?"
의심하는 눈초리로 나를 보게 됐는데
아마 이 혐의는 영원할 것이다.
하여간에 이때의 이 선언 하나가
내가 처음으로 성인 되던 해
사각모 쓰고 밷어낸 처음 것이다.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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