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질마재로 돌아가다 - [16] 성인선언

나무향(그린) 2013. 8. 1. 05:29
성인선언 - 서정주

 

반 안에서 시계를 잃어버린 학생이 있어,

"누가  훔쳤나?"

이 학생 저 학생 눈칠 보고 있더래도

점잖게 가만히만 있으면 다 되는 것인데,

나는 그 눈치 보기가 나를 스치는 걸 보고는

참지 못해 가슴에서 열이 북받쳐

"밖으로 나가자!"고

그 시계 잃은 권력가를 끌고 나갔다.

 

그러고는 목청을 다해

"이놈아! 잘못해서 잃었으면 잃었지

어저자고 누굴 모다 의심해야 해?"

햇볕에서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다.

그래서 그 뒤부터는 어떤 학생들은

"이상한 놈이다. 제가 안 훔쳤으면 그만이지

무엇이 저려서 그 꼬락서니야?"

 

의심하는 눈초리로 나를 보게 됐는데

아마 이 혐의는 영원할 것이다.

하여간에 이때의 이 선언 하나가

내가 처음으로 성인 되던 해

사각모 쓰고 밷어낸 처음 것이다. ................................................P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