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질마재로 돌아가다 - [17] 나의 결혼

나무향(그린) 2013. 8. 2. 10:53
나의 결혼 - 서정주

 

"우물가에서 김칫거리를 씻고 있는 그애를

사랑방에서 생솔가지 울타리 사이로 보아하니

어덯게나 찬찬하고 고부라져 씻는지

어덯게나 거듭거듭 깻끗이는 씻는지

그만하면 쓰겠어서 정혼해 버렸다.

그러니 아뭇소리 말고 장가들 작정을 해라"

내 아버지는 내 안 가음을 이렇게 고르셔서,

 

그것이 맞나 안 맞나를 점치기 위해

나는 화투로 패를 한번 떼어 봤더니

공산空山 넉장도 자알 맞아 떨어지고,

홍사리 넉 장도 자알 맞아 떨어져노라.

 

공산달은 님이요,홍싸리는 뚜쟁이니,

이 색시를 얻으라는 괘가 분명했노라.

 

국화 넉 장 술이니, 단풍 넉 장 근심도

한꺼번에 떨어지긴 떨어졌지만

이거야 어디서나 재기중在其中인 것이고······

 

하여, 장가드는 날 나귀 등에서 느껴 보자니

과학이니 연애결혼이니 무어니 보다도

요것이 아무래도 상급생만 같았노라. ...........................................P36

 

*나의 이 결혼식은 1938년 3월, 즉 내 나이 스물세 살 때 첫봄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