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그 이튿날
수녀님 어제 하루 잘 지내셨는지요.
오늘도 날이 참 맑을 모양입니다.
아침에 안개가 담뿍 끼었어요.
안개 속에 산이며,나무들이며,깊은 산골짜기들이
한없이 신비롭습니다.
↑배롱나무
이렇게 안개가 끼었다가 걷히면
하늘은 유난히 유난히 높고 푸른 날이 되지요.
수녀님의 시를 읽으며 하루를 지내서인지
수녀님을 생각하는 게 참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백련
수녀님,하면
왠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들처럼
우리와는 별 상관이 없는 딴 나라 사람들처럼
느껴지곤 했지요.
↑쉬땅나무
왠지 농담을 해서는 안 되고,
한 마디 허튼 소리라도 하면 절대 안 되고,
이 세상의 모든 짐은 세상 저족에다 다 두고
수녀복처럼 깨끗하게 저쪽에서 가만가만 사는 사람들처럼 느껴지곤 했습니다.
↑탐라산수국
그런데 몇 년 전 어느날
수녀님 두 분이 우리집에 오셨어요.
집에 오셔서 사진도 찍고
우리 어머님이랑 밥도 지어 잡수시고 그랬는데,
↑이질풀 열매
생전 처음 가까이한 수녀님이 그렇게도 신기했던지
우리 어머님께서 옷이며,머리에 쓴 수건에 대해
꼬치꼬치 묻는 모습이 참 우스웠답니다.
그냥 우리처럼 막 웃는
수녀님들의 깨끗한 웃음이 무척 인상적이었답니다.
↑붉은토끼풀
작년에는 잡지사에서
수녀님 사진기자가 오셔서
사진찍는 모습이 또 어찌나 재미있던지
그 모습을 흉내내며 많이도 웃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수녀님의 글을 읽고
뒷글을 쓰게 되어 이리 기쁠수가 없습니다.
↑자목련
수녀님,오늘은 해지면 강에 가려 합니다.
강변에 키 큰 미루나무가 서 있고,
풀잎들이 노랗게 메말라가고,
강 가까이 노란 벼들이 익어가며
산 넘어온 햇살을 받으면 강은,
세상은 어찌나 그리 아름다운지요.
↑어리연꽃
저는 그 산 넘어온 빛이
떨어지는 물과 강을 좋아합니다.
그 강에 가 보려합니다.
기차를 타고,기차를 타고,
저는 기차를 타고 강길을 달리는 꿈을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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