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빈집'에 부치는 3일간의 가을편지/박쥐나무,

나무향(그린) 2006. 12. 11. 09:17

'빈집'에 부치는 3일간의 가을편지-1김용택(시인)

 

1.어떤하루

 

가을입니다.

늘 그렇지요.봄인가 싶으면 여름이고,

여름인가 싶으면 어느덧 가을이 깊어져 있고,

잔가지에 서리꽃이 피곤하지요.

수녀님의 시를 읽고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며칠을 그냥 지냈습니다.

 

                                                                                                              ↑박쥐나무 열매

며칠을 지내는 사이 가을 비가 오고,

하얗게 만발한 가을 길가에 들국화를 보았습니다.

곧,이 계절의 마지막 들꽃인 샛노란 산국화가 피겠지요.

수녀님,제가 근무하는 작은 운동장가의 벚나무들은 벌써 잎이 다 져갑니다.

 

                                                                                                              ↑박쥐나무 꽃

학교 일하는 주사님이 낙엽을 긁어 모아 태우면

아이들이 연기나는 불가에서 낙엽을 주워모아 불에 던지며 놉니다.

수녀님께서도 낙엽이 타는 모습을 보셨겠지요.

낙엽은 타면서 몸을 뒤척입니다.

어느 사이에 잎이 피고,어느 사이에 잎이 지는 나무들은

아이들과 바라보면 참 아름다워요.

잎 진 나무를 다시 올려다봅니다.

 

나무 안에 수액이 흐르듯

내 가슴 안에는

늘 시가 흘러요

                    -<시의 집>에서

 

                                                                                                       ↑박쥐나무 꽃망울

잎 진 나무에 늘 수액이 흐르듯이 시인의 가슴에는 늘 시가 흘러

시인의 마음은 세상을 향해 항상 열려 있어야 하고,

시인의 가슴은 살아 숨쉬어야 한다는

수녀님의 시 구절은 내 가슴에 시로 흐릅니다.

늘 살아 있는 가슴,세상을 향해 아무 사심 없는 사랑의 물길을 흘려주어

우리들을 위로하고  쓰다듬어 주시는 수녀님의 시는 곧 깨끗한 우리들의 사랑이 되기도 합니다.

 

<'빈집'에 부치는 3일간의 가을편지-1................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