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15] 바람이 불어 바람이 불어 - 윤동주 바람이 어디로 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 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마음의산책 ▒/혜환 윤동주 2013.11.15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14] 새벽이 올 때까지 새벽이 올 때까지 - 윤동주 다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검은 옷을 입히시오 다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흰 옷을 입히시오 그리고 한 침대에 가지런히 잠을 재우시오 다들 울거들랑 젖을 먹이시오 이제 새벽이 오면 나팔 소리 들려올 거외다. ..................................P26 ▒▒▒마음의산책 ▒/혜환 윤동주 2013.11.14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13] 또 다른 고향 또 다른 고향 - 윤동주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작용(風化作用)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 ▒▒▒마음의산책 ▒/혜환 윤동주 2013.11.13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12] 간판 없는 거리 간판 없는 거리 - 윤동주 정거장 플랫폼에 내렸을 때 아무도 없이 다들 손님들뿐 손님같은 사람들뿐 집집마다 간판이 없어 빨갛게 파랗게 불붙는 문자도 없이 모퉁이마다 자애로운 흰 와사등(瓦斯橙)에 불을 켜놓고 손목을 잡으면 다들, 어진 사람들 다들, 어진 사람들 봄, 여름, 가을, 겨.. ▒▒▒마음의산책 ▒/혜환 윤동주 2013.11.12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11] 돌아와 보는 밤 돌아와 보는 밤 - 윤동주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그옵니다 불을 켜 두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延長)이옵기에ㅡ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꿔 들여야 할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 보아야 방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 ▒▒▒마음의산책 ▒/혜환 윤동주 2013.11.11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10] 눈 오는 지도 눈 오는 지도 - 윤동주 순이(順伊)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슬픈 것처럼 창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地圖) 위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장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내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歷史)처럼 홀홀이 가는 것이.. ▒▒▒마음의산책 ▒/혜환 윤동주 2013.11.10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9] 십자가 십자가 - 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렸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 ▒▒▒마음의산책 ▒/혜환 윤동주 2013.11.09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8] 길 길 - 윤동주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 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게 나아갑니다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 ▒▒▒마음의산책 ▒/혜환 윤동주 2013.11.08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7] 또 태초의 아침 또 태초의 아침 - 윤동주 하얗게 눈이 덮이었고 전신주가 잉잉 울어 하나님 말씀이 들려온다 무슨 계시일까 빨리 봄이 오면 죄를 짓고 눈이 밝아 이브가 해산(解産)하는 수고를 다하면 무화과(無花果) 잎사귀로 부끄런 데를 가리고 나는 이마에 땀을 흘려야겠다. ........................P19 ▒▒▒마음의산책 ▒/혜환 윤동주 2013.11.07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6] 태초의 아침 태초의 아침 - 윤동주 봄날 아침도 아니고 여름, 가을, 겨울, 그런 날 아침도 아닌 아침에 빨ㅡ간 꽃이 피어났네 햇빛이 푸른데 그 전날 밤에 그 전날 밤에 모든 것이 마련되었네 사랑은 뱀과 함께 독(毒)은 어린 꽃과 함께 ......................................P18 ▒▒▒마음의산책 ▒/혜환 윤동주 2013.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