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혜환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54] 위로(慰勞)

나무향(그린) 2013. 12. 24. 05:37

위로(慰勞)

 

거미란 놈이 흉한 심보로

병원 뒤뜰 난간과 꽃밭 사이

사람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에 그물을 쳐 놓았다.

옥외 요양(屋外療養)을 받는

젊은 사나이가 누워서 쳐다보기 바르게ㅡ

 

나비가 한 마리 꽃밭에 날아 들다 그믈에 걸리었다.

노ㅡ란 날개를 파득거려도

나비는 자구 감기우기만 한다.

거미가 쏜살같이 가더니 끝없는 실을 뽑아

나비의 온몸을 감아 버린다.

 

사나이는 긴 한숨을 쉬었다.

 

나이보다 무수한 고생 끝에

때를 잃고 병(病)을 얻은 이 사나이를

위로(慰勞)할 말이ㅡ

거미줄을 헝클어 버리는 것밖에 위로의 말이 없었다.  .....................P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