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慰勞)
거미란 놈이 흉한 심보로
병원 뒤뜰 난간과 꽃밭 사이
사람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에 그물을 쳐 놓았다.
옥외 요양(屋外療養)을 받는
젊은 사나이가 누워서 쳐다보기 바르게ㅡ
나비가 한 마리 꽃밭에 날아 들다 그믈에 걸리었다.
노ㅡ란 날개를 파득거려도
나비는 자구 감기우기만 한다.
거미가 쏜살같이 가더니 끝없는 실을 뽑아
나비의 온몸을 감아 버린다.
사나이는 긴 한숨을 쉬었다.
나이보다 무수한 고생 끝에
때를 잃고 병(病)을 얻은 이 사나이를
위로(慰勞)할 말이ㅡ
거미줄을 헝클어 버리는 것밖에 위로의 말이 없었다. .....................P76
'▒▒▒마음의산책 ▒ > 혜환 윤동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56] 가슴 1 (0) | 2013.12.26 |
|---|---|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55] 눈 (0) | 2013.12.25 |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53] 곡간(谷間) (0) | 2013.12.23 |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52] 거리에서 (0) | 2013.12.22 |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51] 이적(異蹟) (0) | 2013.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