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혜환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53] 곡간(谷間)

나무향(그린) 2013. 12. 23. 06:44

곡간(谷間)

 

산들이 두줄로 줄달음치고

여울이 소리쳐 목이 잦았다.

한여름의 햇님이 구름을 타고

이 골짜기를 빠르게도 건너려 한다.

 

산등허리에 송아지 뿔처럼

울뚝불뚝히 어린 바위가 솟고,

얼룩소의 보드라운 털이

산등성이에 퍼ㅡ렇게 자랐다.

 

삼 년 만에 고향에 찾아드는

산골 나그네의 발걸음이

타박타박 땅을 고른다.

벌거숭이 두루미 다리같이……

 

헌신짝이 지팡이 끝에

모가지를 매달아 늘어지고

까치가 새끼를 날발을 태우며 날 뿐,

골짝은 나그네의 마음처럼 고요하다.  .....................P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