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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이야기 - (22) 국자는 국맛을 모른다

나무향(그린) 2013. 12. 9. 07:23

국자는 국맛을 모른다

 

 부처님이슈라바스티에 계실 때였다. 성안에 80살이나 된 바라문이 살았는데, 그에게는 많은 재산이 있었다. 그는 완고하고 어리석은 데다가 몹시 인색하고 탐욕스러웠다.

 

 그는 특히 집잘짓기를 좋아했다. 앞에는 사랑채, 뒤에는 별당, 시원한 다락이 있고 따뜻한 방이 있으며, 동서로 이어진 수십칸의 회랑이 있었다. 아직 별당의 차양 일을 끝내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는 품삯 주는 것이 아까워 몸소 일을 경영하고 지휘 감독했다.

 

 그때 부처님은 그 늙은 바라문이 그날 해를 넘기기 전에 죽을 것을 미리 내다보셨다. 그런 줄도 모르고 노인은 이 일 저 일 챙기느라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부처님은 그를 가엾이 생각하고 위로하기 위해 시자 아난다를 데리고 그의 집을 찾았갔다.

 

 "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 집을 이렇게 거창하게 지어 누가 살려고 그러는지요?"

 

 노인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앞 사랑채에서는 손님을 접대하고 뒤 별당은 내가 거처하고, 저족 집은 자식들이 살고 이쪽 집에는 종들이 거처하고, 또 저 창고에는 재물을 간직해 둘 것입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다락에 오르고 겨울에는 따뜻한 방에 들어가 지낼 것입니다."

 부처님은 말슴하셨다

 

 "마침 생사에 관계된 일이라 말씀드리고 싶은데, 잠시 일손을 쉬고 나와 이야기를 좀 나누실까요?"

 늙은 바라문은 급히 대답했다

 

  "지금 한창 바빠서 앉아 이야기할 겨를리 없습니다. 뒷날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듣도록 하지요."

 

  부처님은 간단히 계송만을 읊으셨다

 

     자식이 있다고 재산이 있다고

     어리석은 사람은 뽐내는구나

     그러나 이 '나'도 내가 아니거니

     자식이라 재산이라 무엇을 자랑하리

 

     더울 때는 여기서 거처하리라

     추울 때는 저기서 거처하리라

     어리석은 사람은 미리 염려하지만

     닥쳐오는 재난은 알지 못하네

 

 부처님은 그 집을 나온 후 노인은 서까래를 올리다가 서까래가 떨어지는 바람에 머리를 다쳐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부처님은 마을 어귀에서 여러 사람의 바라문을 만났다. 그들은 다가와 부처님께 인사를 했다.

 

 "어디 나녀오시는 길입니까?"

 "방금 죽은 노인 집에 가서 그를 위해 설법을하려고 했으나 그는 바쁘다고 다음으로 미루었소. 세상일이 덧없음을 알지 못한채 지금 막 저승으로 간 것이오."

 

 부처님은 바라문들에게 계송의 이치를 말씀하셨다. 그들은 그 계송을 듣고 기뻐했다.

 

 부처님은 다시 다음과 같은 계송을 읊으셨다.

 

     어리석은 자가 지혜로운 이를 가까이하는 것은

     마치 국자가 국 맛을 모르듯이

     아무리 오래도록 가까이해도

     그 진리를 알지 못하네

 

     어진 이가 지혜로운 이를 가까이하는 것은

     마치 혀가 음식 맛을 알 수 있듯이

     비록 잠깐 동안 가까이하더라도

     참다운 진리의 뜻을 아네

 

     어리석은 사람이 하는 일은

     그 자신의 근심을 불러오나니

     가벼운 마음으로 악을 짓다가

     스스로 무거운 재앙을 불러들이네

 

     착하지 않은 일을 행한 뒤에는

     물러나 뉘우치고 슬퍼하며

     얼굴 가득 눈물을 흘리나니

    이 갚음은 지은 업에서 오느니라. ㅡ<법구비유경>우암품愚暗品

 

 차지하는 것과 쓸 줄 알고 볼 줄 아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쓸 줄도 모르고 볼 줄도 모른다면 그는 살 줄도 모른다. 그저 하나라도 남보다 더 차지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오늘의 우리들은 탐욕의 노예인지도 모르겠다.

 

 영국의 경제학자 슈마허는 인간의 생활을 위한 경제가 인간을 도외시한 채 거대한 쪽으로만 치닫는 것을 걱정했다. 그래서 그는 '인간 부흥의 경제'를 내세우며, "작은 것이 아름답다." 고 말했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도 소비가 미덕이라고 떠벌리는 오늘의 우리는 곰곰이 생각 좀 해 봐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길인지를. 많이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부자가 아니라, 많이 나누어 주는 사람이 진정한 부자일 것이다. ........................P 116~117~118~119~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