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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이야기 - (24) 남을 괴롭히면 스스로 괴로워진다

나무향(그린) 2013. 12. 16. 06:32

남을 괴롭히면 스스로 괴로워진다

 

 옛날에 '현재'라는 나라가 있었다. 덕행이 높고 나이가 많은 한 비구가 오랜 병으로 현재국의 어느 절에 누워 있었는데, 몸이 여위고 더러워 아무도 돌봐 주는 사람이 없었다.

 

 부처님은 비구들을 데리고 그곳에 가서 환자를 차례로 보살피게 하셨다. 그러나 비구들은 역한 냄새 때문에 환자를 천대하면서 돌보려고 하지 않았다. 부처님은 더운물을 떠다가 앓는 비구의 몸을 손수 씻어 주셨다. 이를 본 비구들은 사뭇 송구스럽게 생각했다.

 

 부처님은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이와 같이 보살펴 주는 이 없어 가난하고 재난을 당한 사람들을 구해 주기 위해서다. 병들고 약한 사람이나 수행자, 그리고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에게 은혜를 베풀면 그 복은 한량이 없어 무엇이나 뜻대로 되느니라. 마치 다섯 강물이 흘러 바다로 들어가듯이 복이 오는 것도 그와 같아서 공덕이 쌓여 마침내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곁에 있던 왕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이 스님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여러 해를 두고 병으로 고생하면서 낫지 못합니까?"

 부처님게서 말씀하셨다.

 

 "옛날에 악행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몹시 거칠고 사나왔다. 걸핏하면 새 법을 만들어 백성을 괴롭혔다. 그는 힘센 장사에게 채찍을 주어 자기 말에 다르지 않는 사람들을 치게 했다. 그 힘센 장사는 왕의 위엄과 노여움을 펭계로 백성들을 엄하게 다루기도 하고 부드럽게 다루기도 했다. 뇌물을 요구해 그걸 손에 넣으면 채찍질이 가벼웠고, 뇌물을 얻지 못하면 채찍질이 사나웠다. 그래서 백성들은 늘 불안에 떨었다.

 

 한번은 어떤 선량한 사람이 터무니없는 모함을 입어 채찍질을 당했다. 그는 억울해서 장사에게 사정했다.

 

 '나는 정법을 믿는 사람으로 아무 죄도 없는데 남의 모함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너그럽게 봐주십시오.'

 

 힘센 장사는 그가 정법을 믿는다는 말을 듣고, 손을 가볍게 움직여 채찍이 몸에 닿지 않게 때리는 시늉만 했다.

 

 그 장사는 죽은 뒤 지옥에 떨어져 갖은 고문을 당하면서 고통을 받다가 죄의 대가를 다 치른 다음 짐승의 몸을 받았다. 짐승으로 있으면서 6백 생을 두고 채찍을 맞았다. 그 뒤 사람으로 태어나서는 늘 중병을 앓아 고통이 따나지 않았다.

 

 그때 채찍질을 하던 장사가 바로 이 자리에서 앓고 있는 이 비구다. 나는 전생에 그의 너그러움으로 채찍질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은혜로 지금 이렇게 내 손으로 환자를 씻어 주는 것이다. 사람이 선이나 악을 행하면 복과 재앙이 그림자처럼 그 몸을 따르는데, 그 과보는 생을 달리해도 면할 수 없다."

 부처님은 다시 계송으로 말씀하셨다.

 

     선량한 사람을 채찍질하고

     죄 없는 사람을 거짓으로 모함하면

     그 갚음은 끝내 용서가 없어

     다음의 열 가지 재앙을 받는다

 

     살아서 못 견딜 고통을 받고

     몸을 다쳐서 불구자 되며

     저절로 병이 들어 괴로워하고

     낙담해 정신이 혼미해지네

 

     항상 남에게 모함을 받고

     또는 관청의 형벌을 받으며

     재산을 송두리째 잃고

     친족들과 멀리 떠나 산다

     가진 집은 모두 불태우고

     죽어서는 지옥에 들어가나니

     이것이 열 가지 재앙이니라

 

 병든 비구는 부처님의 이 계송과 일을 듣고 자신의 죄업을 스스로 꾸짖었다. ㅡ<법구비유경> 도장품刀杖品

 

  불교 경전에는 인과의 관계된 설화가 끝없이 많다. 인과를 생각하면서 두려워 떨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자기가 뿌린 씨는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고스란히 거두 게 된다는 우주 질서를 말하는 것이다.

 

 불교 경전에는 나라 이름도 수없이 많은데, '현재'라는 이름은 나도 처음 본다. 어째서 나라 이름을 현재라고 했을까? 묻지 않아도 우리는 알고 있다. 선량한 사람을 채찍질하고 죄 없는 사람을 모함해 괴롭히는 일이 현재도 이 지상 어디에선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왕의 입을 통해, 그는 과거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런 고통을 겪고 있느냐고 묻는다. 왕은 세속 적인 권력을 상징하기 때문에 이 설화는 사실성과 함께 진실성을 갖는다.

 

 길게 이야기할 것도 없이, 인류 역사의 자취를 훑어보면 모두가 인가관계의 날실과 씨실로 짠 얼룩진 천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P128~129~130~13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