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유감 - 서정주
달러 값은 해마다 곱절씩 오르고
원화 값도 해마다 곱절씩 내리고
우리 월급 값도 해마다 반값으로 깎이어
너절하게 아니꼽게 허기지게만 사는 것도 괜찮다.
사랑
언약
교통
그런 것들의 효과마저도 해마다 반값으로 줄이어
내가 너와 거래하는 일마저도
모두 다 오다 가다 중간쯤에서 그만두어 버리는 것 도
또한 괜찮다.
중간도 어렵거든
사분지일쯤에서
팔분지일쯤에서
작파해 버리는 것도 물론 괜찮다.
어차피 맴돌다 날아오르는 회오리바람
가벼이 땅 디디어 몸부림치다 날아오르는 회오리
바람
회오리바람의 걸음이라면
일어선 자리가 바로 저승인들 어떤가?
그렇지만
어찌할꼬?
어찌할꼬?
너와 내가 까놓은
저 어린것들은 어찌할꼬?
아직 서지도 걷지도 모국어도 바로 모르는
저 깡그리 까놓은
저 애숭이것들은 어찌할꼬?
스무살부터 일흔 여든까지의
우리 성인의 한 대쯤이야 공거라도 무엇이라도 괜찮다.
그렇지만
너하고 내가 깐 저 어린것들
우리보다도 더 공것이 되면 어찌할꼬? ...........................P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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