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법정스님

인연이야기 - (9) 강물이 밤낮으로 쉬지 않고 흐르듯이

나무향(그린) 2012. 11. 14. 19:04
강물이 밤낮으로 쉬지 않고 흐르듯이 - 법정스님

 

부처님이 슈라바스티 교외의 기원정사에 계시면서 많은 대중을 위해 설법하셨다. 그때 프라세나지트 왕의 어머니는 아흥 살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중병을 얻어 어떤 약으로도 고치지 못하느고 마침내 목숨을 잃었다. 왕과 신하들은 몹시 슬퍼하면서 경건하게 장례를 치렀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왕은 기원정사로 부처님을 찾아가 뵈었다. 부처님은 전에 없이 비탄에 잠긴 왕의 모습을 보고 그에게 물었다.

 

 "왕은 어디서 오기에 그처럼 옷이 구겨진 채 슬퍼하십니까?" 무슨일이 있었습니까?"

 

 왕은 머리를 숙여 말했다.

 

 "어머님께서 중병을 만나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방금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는 길에 들렀습니다."

 

 부처님은 왕을 위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두려운 일 네 가지가 있습니다. 즉 태어나면 늙고, 늙으면 병들고, 병들면 죽고, 죽으면 가까운 사람들과 이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사람의 목숨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고, 만물은 덧없어 오래 보전하기 어렵습니다. 하루하루가 지나가듯이 사람의 목숨도 그와 같습니다. 마치 강물이 밤낮으로 쉬지 않고 흐르듯이 사람 목숨의 빠르기도 그와 같습니다.

 

 부처님은 이러한 이치를 계송으로 읊으셨다.

 

   강물이 흘러 흘러

   다시 돌아오지 않듯이

   사람의 목숨 또한

   한번 가면 돌아오지 않네

 

 그리고 왕에게 말씀하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그런 것입니다. 영원토록 사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두 죽음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아득한 옛날부터 왕도, 부처도, 아라한聖者도, 또 신통력을 가진 신선들도 모두 과거로 돌아가 지금 살아 있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왕이여, 부질없이 슬퍼하면서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하지 마십시오."

 

슬픔에 잠겼던 왕과 신하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근심과 슬픔에서 벗어났다. ㅡ<법구비유경>무상품.

 

 

 불교 경전에는 부처님과 왕의 문답이 자주 나온다. 출가 수행자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시민뿐 아니라 군주에게까지도 석가모니 부처님이 정신적인 귀의처였다는 사실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죽음을 주제로 다루는 이 이야기에도 왕이 등장하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도 사실이지만 세속적인 권력도 죽음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 같다. 프라세나지트는 부처님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북인도 코살라 국의 왕이다. 그는 수도 슈라바스티에 살면서 불교 교단을 크게 돕는다. 부인 말리카와 함께 다른 경전(주로 대승경전)에도 자주 등장한다.............................P50-51-52~53

 

 

 

 인도의 옛이야기에 불교의 숨결을 불어넣은

 찬란한 설화문학을 보고,

 존재의 속얼굴을 비추는 거울 같은 이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