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풀, 우리의 모습 - 각시붓꽃
무관심과 외면 속에서
시들어야만 했던 님의
보랏빛 서러움을 풀고자
갈잎 또는 솔잎을 헤치고
새파란 칼날 갈고 또 갈았다
말로는 벌써 사월이라지만
삼월의 시샘바람은 늙어서도 매서워
아직은 갸냘픈 잎새 돋기 이른데
앞서 가는 죄인지
누구는 선구자라지만
그래도 버릴 수 없는 유전인자
빛난 기쁨 그 꽃다운 세상
추운 세상에 빨리 보이고자
님처럼 또 속는 줄 알면서도
그리움과 꿈으로만 빚은
잇꽃빛과 쪽빛이 한몸에 어우러진
꽃대 바람 속에 내민다......................................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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