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풀, 우리의 모습 - 동자꽃
깊은 산 낡고 작은 절
큰스님과 어린 동자 둘 살았는데
가난한 절 살림 빤하지
겨울 양식 시주 얻으러
큰스님 산을 내려간 뒤
큰눈에 길이 막혀 스님 못 오시고
일곱살 어린 동자 기다리다 굶어죽어
묻힌 곳에 주홍색 꽃이 피었다는데
천지개벽하는 이십세기 지금
시주 얻으러 갈 필요도 없고
눈에 신작로 막힐 리도 없는데
아직도 동자꽃 산속에 피어
큰스님 오시기를 기다린다
왜 아니 오실까
무엇에 막히셨나.................................................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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