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27) 상사화 / 이해인 수녀님 계단오르기-5

나무향(그린) 2011. 7. 4. 13:37

상사화 - 이해인

 

아직 한 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를

기다려 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아긋나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오랜 세월

침묵 속에서

나는 당신께 말하는 법을 배웠고

어둠 속에서

위로 없이도 신뢰하는 법을

익혀왔습니다

 

죽어서라도 꼭

당신을 만나냐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오늘은 어제보다

더욱 믿으니까요..........................................p56-57

 

 ▽ 이해인 수녀님 계단오르기 http://haein.isamtoh.com/sub_1_2.asp

 


본명이 명숙이었던 나는 수녀원에 입회하여 혼자서 해인이라는 필명을 만들어 간혹 가톨릭에서 발간하는 <소년>지에 작품을 투고할 적마다 이 이름을 쓰곤 하였다. 언니(이인숙)도, 오빠(이인구)도 이름에 '어질 인(仁)'자가 들어있다는 게 부러웠고 늘 바다를 바라보며 기도했기에 자연스레 '바다 해(海)'자를 넣어 필명을 만들었으나 훗날까지 이 이름을 많이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지원기, 청원기, 수련기를 나는 비교적 밝고 명랑하고 씩씩하게 보냈다.

종종 바깥 세상을 향한 그리움과 두고 온 이들에 대한 미련이 나를 갈등 속에 밀어 넣기도 했으나 신앙의 힘으로 견디려고 최선을 다했다. 수련기가 끝나기 전 오빠가 찾아와 억지로는 살지 말고 정식 으로 수도서원을 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하라고 했지만 ‘나는 내 적성에도 맞고 행복하다’고 대답하며 내가 선택한 길을 끝까지 가리라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