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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때에 힘쓰지 않으면 - 금릉추량리은행나무 (김천)

나무향(그린) 2011. 6. 2. 17:22

 

 

빠른 물살이 구렁으로 치닫듯이 한 백 년 금세 지나가니,
한창때에 힘쓰지 않으면 썩은 풀과 한가지로 사라져버린다.

馳波赴壑 百年易盡 / 盛壯不力 腐草俱泯

- 김정(金淨) 〈십일잠(十一箴)〉《충암선생집(冲庵先生集)》

<해설>
조선 중종조의 문신 김정(金淨, 1486~1521)이 한창 학업에 전념하던 스무 살 때, 앞으로의 인생에 지침으로 삼을 열 한 개 조목의 잠언을 지었습니다. 그 가운데 위 글은 편하게 노는 것을 경계한 일락잠(逸樂箴)의 한 구절입니다.

하루살이가 온종일 들끓다가 세찬 바람이 한 번 지나가면 온데 간데 없어지는 것처럼, 만물은 생겨났다가 한 순간에 다 없어집니다. 이 때문에 성인, 현사(賢士)들은 남보다 재주가 월등한데도 편하게 스스로 즐기며 노는 법이 없습니다. 짧은 하루를 아까워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을 한탄하며, 항상 학문을 이루지 못할까 두려워합니다. 그리하여 좋은 이름이 오래오래 전해지는 것입니다.

반면에 우매한 사람들은 젊었을 때에 앞날이 먼 것을 믿고 하루하루를 향락으로 지내다가, 늘그막에 이르러서야 이룬 것이 없음을 뉘우칩니다.

김정은 이것을 ‘마치 뱀이 달아나 구멍에 들어가고 있는데 남아 있는 꼬리를 잡아당겨 빼내려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였습니다. 지나간 세월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니, 한 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옮긴이 / 오세옥(한국고전번역원)
 

 

△ 경북 기념물  제91호 - 금릉추량리은행나무 (김천)

 

-은행나무는 살아 있는 화석이라 할 만큼 오래된 나무로 우리나라,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중국에서 유교와 불교가 전해질 때 같이 들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가을 단풍이 매우 아름답고 병충해가 없으며 넓고 짙은 그늘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어 정자나무 또는 가로수로도 많이 심는다.

금릉 추량리 은행나무의 나이는 약 400여 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는 37m, 가슴 높이의 지름은 6.6m로 마을 주민들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이 나무는 서산 정씨의 소유로 서산 정씨 11대손 처우가 이 마을에서 지내면서 단을 쌓고 은행나무를 심은 것이라고 전한다.

금릉 추량리 은행나무는 오랜 세월 조상들의 관심과 보호 속에서 살아왔으며, 생물학적·민속적 가치가 인정되어 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