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시인 백석

촌에서 온 아이 / 백석

나무향(그린) 2006. 2. 10. 09:22

촌에서 온 아이 / 백석

 

 

촌에서 온 아이여

촌에서 어제밤에 승합자동차(乘合自動車)를 타고 온 아이여

 

이렇게 추운데 웃동에 무슨 두룽이 같은 것을 하나 걸치고 아랫두리는 쪽 발가벗은 아이여

뽈다구에는 징기징기 앙광이를 그리고 머리칼이 놀한 아이여

힘을 쓸랴고 벌써부터 두 다리가 푸둥푸둥하니 살이 찐 아이여

너는 오늘 아츰 무엇에 놀라서 우는구나

 

분명코 무슨 거즛되고 쓸데없는 것에 놀라서

그것이 네 맑고 참된 마음에 분해서 우는구나

이 집에 있는 다른 많은 아이들이

모도들 욕심 사납게 지게굳게 일부러 청을 돋혀서

어린아이들 치고는 너무나 큰소리로 너무나 튀겁많은 소리로 울어대는데

너만은 타고난 그 외마디소리로 스스로웁게 삼가면서 우는구나

네 소리는 조금 썩심하니 쉬인 듯도 하다

 

네 소리에 내 마음은 반끗히 밝어오고 또 호끈히 더워오고 그리고 즐거워온다

나는 너를 껴안어 올려서 네 머리를 쓰다듬고 힘껏 네 적은 손을 쥐고 흔들고 싶다

 

 네 소리에 나는 촌 농사집의 저녁을 짓는 때 나주볕이 가득 드리운 밝은 방안에 혼자 앉어서

실감기며 버선짝을 가지고 쓰렁쓰렁 노는 아이를 생각한다

또 녀름날 낮 기운 때 어른들이 모두 벌에 나가고 텅 뷔인 집 토방에서

햇강아지의 쌀랑대는 성화를 받어가며 닭의똥을 주어먹는 아이를 생각한다

 

촌에서 와서 오늘 아츰 무엇이 분해서 우는 아이여

너는 분명히 하눌이 사랑하는 시인(詩人)이나 농사꾼이 될 것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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