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이야기 - (31) 코끼리를 다루는 법과 자신을 다루는 법

코끼리를 다루는 법과 자신을 다루는 법

 

 부처님이 슈라바스티의 기원정사에서 설법하고 계실 때였다. 아제담이라고 하는 사람이 부처님께 나아가 절을 올리고 나서 이렇게 사뢰었다.

 "오래전부터 널리 가르치신다는 말씀은 들었으면서도, 이 일 저 일에 쫓겨 이제야 찾아뵈었습니다."

 부처님은 그를 자리에 앉으라 하신 뒤에 물으셨다.

 "이름은 뭐라 하며 무슨 일을 하십니까?"

 "이름은 아제담이라 하오며, 선왕 때부터 왕궁의 코끼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코끼리 다루는 법은 몇 가지나 있나요?"

 "세 가지 법으로 코끼리를 다룹니다. 첫째는 든든한 갈고리로 입을 걸어 고삐를 매는 것이고, 둘째는 먹이를 적게 주어 굶주리고 여위게 하는 것이며, 셋째는 몽둥이로 때려 고통을 주는 일입니다. 이 세 가지 법을 써야만 코끼리는 말을 잘 듣고 길이 잘 듭니다."

 

 부처님은 아제담에게 다시 물으셨다.

 "그 세가지 법으로써 코끼리의 어떤 점을 다스리고자 합니까?"

 "쇠갈고리로 입을 거는 것은 거친 성질을 다스리는 것이고, 먹이를 적게 주는 것은 함부로 날뛰는 것을 조절하려는 것이며, 몽둥이로 때리는 것은 마음을 굴복 시키려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다시 물으셨다.

 "그렇게 길들여 어디에 쓰려는 것이지요?"

 "그와 같이 길을 들여 놓아야 왕이 타시기에 알맞고, 또 싸움터에 나가서는 몸을 날쎄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법 말고는 다른 법은 없나요?"

 

아제담은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코끼리를 다루는 법은 이 세 가지뿐입니다."

 

그러자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코끼리를 잘 다룰 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그와 같이 잘 다루어야 합니다. 나도 세가지 법으로써 사람들을 다루고, 또 나 자신도 다루어 열반에 이르렀소. 첫째는 진실한 말로 입의 업을 다스리고, 둘째는 인내와 꿋꿋함으로써 거센 몸을 굴복시키며, 셋째는 지혜로써 생각의 어리섞음을 없애는 것이요. 이 세 가지 법으로 모든 중생들을 인도해 삼악도를 떠나게 하고 또 나 자신도 열반에 이르러 싦과 죽음에 대한 근심 걱정과 비애와 고통을 받지 않게 되었소."

부처님은 다시 계송으로 말씀하셨다.

 

     저 호제라는 코끼리는

     사납고 거칠어 부리기 어려웠네

     고삐를 매고 밥을 주지 않았어도

     그전처럼 횡포를 부렸네

 

     도를 즐겨 게으르지 않으며

     항상 스스로 마음을 지키면

     이 몸의 온갖 고통 없애나니

     코끼리가 함정에서 나오는 것 같네

 

     아직 길들지 않은 코끼리를

     여러 방법으로 잘 길들여

     가장 훌륭한 코끼리를 만들어도

     그것은 자신을 다루는 것만 못하네

 

     사람이 이르지 못한 곳에는

     아무도 갈 수 없지만

     자신을 잘 다루는 사람만이

     마지막 그곳까지 갈 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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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의 일이나 물건을 다루는 기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기르침이다.

 불교 경전에는 코끼리가 많이 나온다. 사나운 짐승으로도 나오지만, 대부분은 사랑과 너그러운 덕을 갖춘 짐승으로 등장한다. 자신을 다루는 길은 몸으로 하는 행동과 입으로 하는 말과 마음으로 하는 생각을 잘 다스림으로써 도달할 수 있다. 이 세 가지가 가장 청정한 상태를 가리킨다. "자신을 잘 다루는 사람만이 마지막 그곳까지 갈 수 있네." 라고 한 것도 바로 그런 뜻이다. 마지막 그곳이란 열반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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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스님 안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