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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이야기 - (33) 참된 보시와 공양

나무향(그린) 2014. 5. 7. 07:13

참된 보시와 공양

 

 부처님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깨달음을 이루려면 항상 경전을 즐겨 읽고 외우고 설명하고 토론해야 한다. 세상 사람이 법을 설해도 여러 천신들이 와서 듣는데, 하물며 집을 나온 사람의 경우에랴.

 

 집을 나온 사람이 길을 가면서 정이나 계송을 외우면, 여러 천신들이 따라다니며 그것을 듣는다. 그러므로 경전을 부지런히 외우고 설명하고 토론해야 한다.

 덜된 사람들은 착한 사람의 이름을 들으면 미워하고 질투하며, 나쁜 소문을 듣고는 도리어 기뻐한다. 그러나 착한 사람은 남의 결점을 숨기고 좋은 점은 드러내어 널리 알리며, 나쁜 것을 보면 그것이 번뇌에서 온 것임을 알고 가엾이 여겨 용서해준다."

 

 슈라바스티의 이웃에 조그만 한 나라가 있었는데, 거기 사는 사람들은 삿된 소견이 많고 불佛, 법,法 승僧, 삼보三寶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지냈다. 그 나라에 우파사나라는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무슨 일로 슈라바스티에 갔다가 부처님을 독실하게 믿는 한 신도 한테서 부처님의 공덕에 대해 들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부처님을 직접 뵙고 싶어 제타 동산으로 가서 거룩한 모습을 뵐 수 있었다. 그대 마침 부처님게서는 대중 앞에서 다섯가지 계율에 대해 말씀하고 계셨으므로 그녀도 한쪽에 앉아 설법을 들었다.

 

 "살생하지 않으면 오래 사는 복을 얻고, 도둑질하지 않으면 큰 부자의 복을 얻으며, 음행하지 않으면 존경과 사랑을 받고, 거짓말하지 않으면 신용을 얻으며, 술을 마시지 않으면 총명과 지혜를 얻는다."

 

 우파시나는 이 설법을 듣고 매우 기뻐서 부처님 앞에 나아가, 자기에게도 다섯 가지 계법을 받게 해 달라고 청했다. 부처님은 그녀에게 다섯 가지 계법을 주셨다. 우파사나는 부처님게 사뢰었다.

 

 "세존이시어, 제가 사는 곳은 먼 변두리이므로 지금 돌아가려 합니다. 원컨데, 조그만 기념품을 주신다면 공경해 받들겠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과거의 수많은 부처님들도 모두 법구法句를 말씀하셨고, 미래의 부처님들도 이 경을 말씀하실 것이다."

 그러면서 우파사나에게 진리의 말씀인<법구경>을 주시어 그대로 외우고 행하게 하셨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와 부지런히 경을 외우고 그렇게 행하려고 힘섰다. 그래서 어느 날 밤중에는 다락에 올라가 부처님의 공덕을 기리면서 법구를 외고 있었다. 그때 바이슈라마나 천신이 많은 일족을 거느리고 우파사나의 집 위에 지나가다가, 경외는 소리를 듣고 허공에 그대로 멈추었다. 그리고 이렇게 칭송했다.

 

 "장하여라, 누이여, 법을 잘 강설하십니다. 지금 내가 천상의 보배를 주어도 누이에게는 그것이 하찮게 여겨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한 가지 기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존자 사리불과 목련이 슈라바스티에서 오다가 이곳 숲에 머물러 계십니다. 누이는 내일 그분들을 초대해 공양하시고, 축원할 때는 내 이름도 함께 넣어 주십시오."

 

 우파사나는 이 말을 듣고 놀라 공중을 쳐다보았지만, 그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우파사나는 공중을 향해 물었다.

 "당신은 무구시기에 모습을 볼 수 없고 소리만 들리나요?"

 천신이 공중에서 대답했다.

 

 "나는 귀신의 왕 바이슈라마나입니다. 법을 듣기 위해 이 허공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늘은 거짓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당신은 천신이요 나는 사람으로 아무런 인연도 없는데, 어째서 나더러 누이라고 부릅니까?"

 

 "부처님은 법의 왕이시고 사람과 하늘의 아버지십니다. 나는 남자 신자요 당신은 여자 신자이니, 다 같이 법의 형제이므로 누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우파사나는 매우 기쩌하면서 생각했다.

 

 '부처님게서 백 겁 동안 부지런히 고행하신 것은 오로지 나를 위해서다. 부처님은 은혜로 말미암아 천신과 나는 법의 형제가 되었구나."

 우파사나는 이 일 저 일을 생각하면서 밤새껏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새벽녘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그 집에서는 하인을 시켜 숲에서 나무를 해 오게 하고 있었다. 그날도 하인은 일찍 숲으로 나무를 하러 들어갔다. 그런데 나무에 올라가 가지를 치다가 저 멀리 존자 사리불과 목련 등 5백 명의 스님들이 그 숲 속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얼마 전에 주인을 따라 슈라바스티에 가서 그 두 존자를 본 일이 있었으므로 이내 알아보았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집 주인께서 존경하는 분이 지금 이 숲 속에 와 있지만 주인은 모르고 있다. 만일 내가 나무를 한 뒤에 돌아가 알리면, 그동안 다른 사람이 먼저 스님들을 정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우리 주인은 얼마나 서운하실까. 나무는 뒤에 하더라도 먼저 이 소식부터 전해 드려야겠다.'

 

 그는 나무에서 내려와 존자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땅에 엎드려 발아래 절을 올리고 나서 말했다.

 "우리 주인 우파사나는 발아래 절하고 문안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공양을 마련해 스님들을 청합니다. 부디 왕림해 주십시오."

 "그대는 집에 돌아가 주인에게 이렇게 전하시오. '착하여라. 청신녀(세속에 머물면서 불교를 믿는 여자)여, 때를 알면 언제든 좋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섯 가지 보시는 한량없는 복음 앋는다고 찬탄하셨습니다. 그것은 멀리서 오는 나그네에게 하는 보시, 멀리 떠나는 이에게 하는 보시, 병든 이에게 보내는 보시, 굶주린이에게 하는 보시, 교법을 아는 이에게 하는 보시인데, 이 다섯가지 보시는 현세에서 복을 받는다고 했습니다.'라고 전해 주시오."

 

 하인은 이 분부를 받고 숲 속에서 나와 달리듯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주인의 시녀에게 물었다.

 "주인은 어디 계시오?"

 시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 윗집에 계시는데 밤새껏 못 주무시다가 이제야 막 잠이 드셨어요."

 "좀 깨울 수 없겠소? 급히 알릴 일이 있는데."

 "감히 깨울 수가……."

 "정 그렇다면, 내가 깨우지요."

 하인은 윗집으로 올라가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우파사나가 깨어나 물었다.

 "무슨 일이야?"

 하인은 아뢰었다.

 "존자 사리불과 목련 님이 여러 스님들과 함께 지금 저 숲속에 와 계십니다."

 이 말을 듣자 우파사나는 너무 기뻐, 귀에 달린 두 개의 금귀고리를 떼어 하인에게 상으로 주었다. 하인은 말을 이었다.

 

 "존자님께서는 좋은 교훈을 주셨습니다."

 그는 다섯 가지 보시 공덕에 대해서 들은 대로 주인에게 설명해 드렸다. 우파사나는 아까보다 더 기뻐했다. 마치 연꽃이 햇빛을 보고 활짝 핀 것처럼 자신의 마음이 열린 것 같았다. 그녀는 값진 보석으로 이루어진 목걸이를 벗어 하인에게 또 상으로 주었다.

 하인은 다시 말했다.

 

 "주인께서는 곧 일어나 손을 씻고 공양할 음식을 마련하셔야 합니다. 저는 주인의 뜻을 받들어 저 분의 존자와 5백 스님들을 청해 오늘 오셔서 공양하시도록 했습니다."

 우파사나는 이 충직한 하인의 말을 듣고 더욱 기뻐하면서 말했다.

 "내일 하려던 일을 네가 대신 미리 해 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나는 이제 너를 자유롭게 놓아주리니 너는 내게 매여 있을 필요가 없다. 너처럼 어질고 착한 사람은 집에 있거나 집을 떠나거나 시골이나 도시 어디에 있을지라도 빛이 날 것이다."

 

 우루사파는 곧 일어나 세수하고 집안 식구들과 이웃을 불러 각각 일을 맡긴 다음, 자신은 약을 가져다 가루를 만들었다. 음식 준비가 다 되자 하인을 스님들에게 보내어 때가 되었음을 알렸다. 두 존자는 스님들과 함께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우파사나의 집으로 와서 자리에 앉았다. 우파사나가 손수 맑은 물을 돌리고 갖가지 음식을 올리니, 빛과 향기와 맛이 두루 갖추어져 있었다.

 

 "세상의 모든 행은 다 업을 따라 갚음을 받는다. 빛깔이 좋은 물건을 보시하면 좋은 얼굴빛을 타고나며, 보시하는 물건에 좋은 향기가 있으면 그 이름이 멀리까지 떨치고, 맛이 갖추어지면 무엇이나 마음대로 되며, 음식을 보시하면 그 갚음으로 큰 힘을 얻게 된다."

 

 스님들은 공양을 마치자 존자 사리불은 우파사나를 위해 이와 같이 축원했다. 이때 우파사나는 바이슈라마나 천신의 이름을 같이 불러 달라고 하면서 그 내력을 이야기했다.

 사리불은 축원을 마치고 나서 우파사나에게 말했다.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천신이 당신의 신심에 감동해 당신을 누이라고 불렀군요."

 우파사나가 말을 이었다.

 

 "네게는 또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보시할 때 네게 속삭이는 신이 있습니다. '이분은 아라한이요, 이분은 아라함(욕계의 번뇌를 끊어 버린 성자)이요, 이분은 보통사람이다.' 또는 '이분은 계율을 지키고, 이분은 계율을 어긴다. 이분은 지혜롭고, 이분은 어리석다.' 이와 같이 속삭이는 말을 듣지만, 마음에는 분별이나 차별을 두지 않고 모두 아라한처럼 대합니다."

 

 그러자 사리불이 말했다.

 "당신이야말로 기특합니다. 보시하면서 분별하지 않고, 평등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참으로 기특합니다."

                                                                                                        <현우경> 마하사나우바이품摩訶斯那優婆夷品

 

 

이와 같은 보시와 공양의 풍습은 현재도 동남아시아 불교권에서는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불교 교단의 전통적인 풍습이다. 불교 신자가 되려면 먼저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고, 다섯 가지 계[오계(五戒)]를 받아 가져야 한다.

 

우파사나가 보여 준 부처님 제자들에 대한 신심은 너무도 지극하다. 자기 대신 하인이 초대를 해 준 일에 대해 기뻐하고 감사하면서 귀고리며 목걸이를 내주고, 마침내는 노예의 신분에서 해방시켜 주는 표현은 너무도 사실적이다. 그리고 남에게 베푸는 사람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오만은커녕 차별을 두지 않는 평등한 보시와 공양을 함으로써 그 마음가짐을 자연스럽게 가르친다.

 

우파사나의 신심이 얼마나 지극했는가는 다음과 같은 사실로도 잘 알 수 있다. 병중에 있는 스님이 약으로 고기를 먹어야 나을 거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그녀는 자기가 다음 날 마련해 오겠다고 약속을 한다. 그러나 그날은 마침 국법으로 살생은 물론 고기를 팔지도 못하는 보름날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그래서 몇 곱의 돈과 금으로 고기를 사려고 했지만, 끝내 살 수 없었다. 그녀는 생각던 끝에 자기 다리의 살을 베어서 약을 만들어 보내 병을 낫게 하고는 자기는 앓아 눕는다. 그러나 아무한테도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를 원문에서 일부러 빼 버린 것은, 그 묘사가 너무 길고도 사실적이며, 조금은 끔찍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 <인연이야기> 중에서.....P184~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