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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이야기 - (30) 부처님이 아들의 못된 버릇을 고치다

나무향(그린) 2014. 3. 15. 11:19

부처님이 아들의 못된 버릇을 고치다

 

 라홀라가 아직 도를 얻기 전이었다. 그는 성미가 거칠고 사나운 데다 말에는 진실성이 적었다.

 부처님은 라훌라에게 말슴하셨다.

 "너는 저 현제賢提라는 절에 가서 안거(한곳에 머물면서 수행하는 일)해라. 안거 중에는 입을 무겁게 가져 부디 말을 조심하고 생각을 한곳에 모아 경전과 계율을 열심히 배워라."

 라훌라는 부처님의 분부대로 그 절에 가서 90일 동안 안거 하면서 자신의 허물을 뉘우치고 정진하려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부처님은 몸소 라훌라가 안거하는 곳으로 가 보셨다. 라훌라는 부처님을 반기면서 절을 올린 뒤 노끈으로 짠 의자를 내 놓았다. 부처님은 의자에 걸터앉아 라훌라에게 말씀하셨다.

 "대야에 물을 떠다 내 발을 좀 씻어 주겠니?"

라훌라는 재빨리 물을 떠다 부처님의 발을 씻어 드렸다.  그러자 부터님이 말씀하셨다.

 "라훌라야, 발 씻은 이 물을 보아라. 넌 이 물을 마실 수 있겠느냐?"

 "발을 씻어 더러워진 물을 어떻게 마실 수 있겠어요? 갖다 버려야지요."

 "그렇다, 더러워진 물을 다시 쓸 수가 없다. 잘 듣거라. 너도 그와 같다. 너는 비록 내 제자이며, 카필라의 왕손이고, 세속의 영화를 버리고 출가해 사문이 되었지만, 정진을 게을리하고 입을 지키지 않으며 탐욕과 분노와 어리섞음의 세 가지 독한 번뇌가 네 마음에 가득 차 더러워진 물처럼 되었느니라."

 

 부처님은 이어 말씀하셨다.

 "대야의 물을 내다 버려라."

 

라울라는 대야의 물을 버렸다. 부처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대야가 비었지만 거기에 음식을 담을 수 있겠느냐?"

 "담을 수 없어요. 말을 씻어서 더러워졌기 때문이지요."

 "그렇다. 너는 집을 나와 사문이 되었으면서도 입에는 진실한 말이 적고 생각은 거칠며 정진을 게을리한다. 그래서 여러 스님들에게서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에, 발 씻은 대야에 음식을 담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부처님은 이때, 갑자기 대야를 발로 걷어찼다. 대야는 데굴데굴 굴러가다가 한쪽에 멎었다.

 "라훌라야, 넌 혹시 저 대야가 깨질까 걱정하지 않았느냐?"

 "발 씻은 그릇이고, 또 값이 헐한 물건이라서 별로 걱정하지 않았어요."

 

부처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너도 그와 같다. 몸으로는 함부로 행동하고 입으로는 거친 말과 나쁜 욕지거리로 남을 헐뜯는 일이 많으므로, 사람들은 너를 아끼거나 좋아하지 않는다. 만일 그 버릇을 고치지 않고 정신이 뭄을 떠난다면(죽는다는 표현) 삼악도(악인이 죽어서 간다는 괴로운 세계. 지옥도. 축생도. 아귀도)에 태어나는 일을 되풀이하면서 끝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다."

 

 라훌라는 이처럼 준엄한 말씀을 듣고 부끄럽고 두렵게 생각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스스로 꾸짖으면서 부지런히 정진해 욕된 일을 참고 대지처럼 순해졌다.<법구비유경> 상품

 

경전은 계속 코끼리으; 비유를 들고 있지만, 그 표현이 지루하고 불투명하기 때문에 여기서 줄였다. 잘 알다시피 라훌라는 부처님이 출가하기 전 태자로 있을 때, 아내 야쇼다라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불타 전기에는 그가 어렸을 때 부터님이 강제로 출가시킨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 당시 부처님의 교단에서는 하루 한 끼밖에 먹지 얺았기 때문에 라훌라는 배가 고파 자주 울었다는 기록이<율장>에 남아 있다. 그는 열두 살도 채 안 됐을 때 집을 나와 최초의 사미승(스므 살이 못 된 견습승)이 되었다. 철없는 아이인 데다 할아버지는 카필라의 왕이고 아버지는 부처님이라서 그랬는지, 또는 성인들만 모인 교단이라 나이 어린 그를 다들 귀여워해서 버릇이 없었는지, 어쨌든 그는 말썽꾸러기였다.

 

 앞의 경전에도 나오듯이 부처님과 라훌라 사이의 문답은 마치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 사이에 자상하게 주고받는 이랴기처럼 들린다. 부처님도 그런 아들 때문에 속깨나 섞었던 모양이다. 인간적인 동작으로 발로 대야를 걷어차면서까지 자식의 버릇을 고쳐 주려고 자못 애쓴 자취가 보인다. 물론 그 당시의 대야는 요즘처럼 양은이나 플라스틱이 아닌 질그릇이었다. 요즘도 인도에는 토기류가 흔하다. 그래서 깨질까 놀라지 않았느냐는 표현도 나온다.

 

 라훌라는 그 후 크게 분발해 부처님의 10대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고, 남이 모르게 착한 일을 한다고 해서 밀행제일密行第一이라는 칭찬을 듣게 된다. P163~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