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흐름을 거슬러 가는 사람
부처님이 슈라바스티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였다.
새로 비구가 된 네 사람이 벚나무 아래 앉아 좌선을 하고 있었다. 때마침 벚꽃이 한창이어서 빛깔도 곱고 향기도 그윽했다. 출가한 지 얼마 안 된 그들은 좌선을 하다 말고 꽃그늘 아래서 잡담을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이 불숙 말문을 열었다.
"이 세상 만물 가운데 우리가 아끼고 사랑할 만한 것으로서 가장 즐거운 일이 무엇일까?"
그러자 그증 한 사람이 말했가.
"한창 봄이 무르녹아 초목의 빛이 눈부실 때 들녘에 나가 봄놀이하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지."
또 한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잔치가 있어 친구들이 한데 모여 술잔을 나누면서 음악에 맞추어 노래하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일껄."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이 말했다.
"많은 재물을 쌓아 두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는 것이지. 수레와 말과 옷이 찬란해 남들이 놀라고 부러워하는 걸 보고 있으면 가장 즐거울 거야."
그리고 또 한사람은 이와 같이 말했다.
"아름다운 아내와 첩들이 고운 옷을 입고 향긋한 향기를 피울 때, 그들과 마음껏 어울리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지."
이때 부처님께서는 그들이 집은 나왔지만 아직도 세속의 탐욕에 미련이 남아 있음을 살피고 그들을 부르셨다.
"너희들은 나무 아래 모여 앉아 무슨 이야기들을 그토록 신나게 했느냐?"
그들은 솔직하게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그러자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즐거워하는 것들은 모두가 근심스럽고 두려운 일이며, 위태롭고 멸망에 이르는 길이다. 그것은 영원히 평안하고 안락한 길이 아니다.
보아라, 천지 만물은 봄에는 무성했다가도 가을과 겨울이 되면 시들어 떨어지지 않더냐. 친구들끼리 모여 노는 즐거움도 반드시 사라지는 것이며, 재물과 수레와 말 따위는 언젠가는 모두 다섯 집의 몫이 되고 만다. 다섯 집의 몫이란 관청에서의 몰수, 도적들의 약탈, 수재, 화재, 방탕한 자식들의 낭비를 말한다. 그리고 아내와 첩들의 아름다움은 애증과 갈등의 뿌리이니라.
보통 사람들이 세상에 살면서 원망과 재난을 불러일으켜 몸을 위태롭게 하고 집안을 망치는 일이 모두 그런 데서 생긴다.
그러므로 집을 나온 비구는 세속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도를 구하되, 그 뜻을 해탈에 두어 영화와 이익을 탐하지 말고 스스로 열반을 성취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즐거운 길이다."
부처님은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랑에서 근심이 생기고
사랑에서 두려움이 생긴다
사랑에서 벗어난 이는 근심 없는데
어찌 두려움이 있으리
욕락에서 근심이 생기고
욕락에서 두려움이 생긴다
욕락에서 벗어난 이는 근심 없는데
어찌 두려움이 있으리
애욕에서 근심이 생기고
애욕에서 두려움이 생긴다
애욕에서 벗어난 이는 근심이 없는데
어찌 두려움이 있으리
계행과 식견을 두루 갖추어
바르게 행동하고 진실로 말하며
자기 의무를 다하는 사람은
이웃에게서 사랑을 받는다
말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고
생각한 뒤에 말해
온갖 욕망에서 벗어난 이
그는 생사의 흐름을 거슬러 가는 사람
그때 네 사람의 비구는 이 가르침을 듣고 부끄러워하며 크게 뉘우쳤다. <법구비유경>호희품好喜品
<법구경>에서는 이런 뜻을 강조하기 위해 다음 두 편의 시를 들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지 말라
미워하는 사람과도 만나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운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을
애써 만들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커다란 불행
사랑도 미움도 없는 사람은 얽매임도 없다
자유로워지려면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괴로움의 원인은 곧 집착에 있다. 특히 초기 불교에서는 세속적인 것은 아예 멀리하라고 거듭거듭 강조한다. 그러나 대승불교에서는 보살의 큰 자비심을 가지고 모든 중생 속에 뛰어들어 구제하라고 한다. 어떤 것이 올바른 가르침일까? 물론 두 입장이 모두 타당한 가르침이다. 문제는 행위자의 바람과 기량에 달려 있다.
우리가 산속으로 들어가 도를 닦는 것은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발견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우리가 사람들을 떠나는 것은 그들과의 관계를 끊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P145~146~147~148~149~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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