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질마재로 돌아가다 - [57] 3·1아, 네 해일 그리며 살았었느니

나무향(그린) 2013. 9. 10. 06:13

3·1아, 네 해일 그리며 살았었느니 - 서정주

 

천년을 짓누르면 망하는가 했더니,

천년을 코 박으면 막히는가 했더니

무슨 힘, 무슨 꼬투리로

이 생명, 이 핏줄기 이리도 오래 좋아했느뇨.

 

마늘이냐, 고추냐, 쑥 잎사귀냐.

우리의 숨결 속엔 뼈다귀 속엔

무엇이 들어서 아리게 하여

죽여도 다시 살아 일어서 왔느뇨.

 

산채로 입관되는 수없는 소녀들,

부둥켜안은 채 소살燒殺되는 청년 남녀로

우리는 수없는 산을 싸면서도

목숨보단 더 질기게 살아서 오고,

 

코에는 코뚫이, 목에 고삐 찬

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돌리면서도

마음과 울음으로는 너만 살았었느니

 

3·1아, 네 폭풍 해일만을 그녀 살았었느니.

 

3·1아.

천지와 역사 속에서는 제일 맵고도 쓴

3·1아.

죽은 모든 이 나라의 망령과

아직 생기지 않은 미래 영원의 우리 자손을

두루 살린 3·1아.

 

3·1절 오십 년을 맞이하는 오늘,

3·1아, 네 힘으로 다시 산

삼천만 겨레 여기 모여 고개 숙여

백두산서 내려오신 단군 할아버지와 함께

그 죽지 않는 매움에 젖어 있도다.

젖어서 있는 것만이 가장 큰 영광이로다.  .............................P8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