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질마재로 돌아가다 - [21] 화사花蛇

나무향(그린) 2013. 8. 6. 05:54
화사花蛇 - 서정주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어리냐

 

꽃다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던 달변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낼룽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물어뜯어라. 원통히 물어뜾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 방초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꾀어 두를까 보다. 꽃다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

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 난 색시, 고양이 같은 고운 입술·····

스며라! 배암. .................................................................................p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