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花蛇 - 서정주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어리냐
꽃다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던 달변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낼룽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물어뜯어라. 원통히 물어뜾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 방초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꾀어 두를까 보다. 꽃다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
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 난 색시, 고양이 같은 고운 입술·····
스며라! 배암.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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