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질마재로 돌아가다 - [4] 팔월이라 한가윗날 달이 뜨걸랑

나무향(그린) 2013. 7. 20. 05:20
팔월이라 한가윗날 달이 뜨걸랑 - 서정주

 

팔월이라 한가윗날 달이 뜨걸랑,

무엇을 하다가 이겼다는 자들이여

그 이긴 기쁨만에 취하들 말고,

그대들에게 져서 우는 자들의

설음을 또 같이 서러워할 줄 알라.

 

그리고 무얼 하다가 졌다는 자들이여

찌푸러져 웅크리고 앉았기보다는

일어서서 노래 불러 춤출 줄을 알아라.

 

서럽고도 또 안 서러울 수 있는 자여

한가윗날 달빛은 더 너희들 편이어니,

 

신라의 옛날에도 한가위 달이 뜨면

옷감 짜기 내기 하던 여인네들도

진 편이 먼저 일어 춤과 노래 일렁였고,

달빛에 맞추어 선 진 자들을 윗자리에,

진 자들을 윗자리에 모셔 두고 있었나니...... . ..............P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