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야기 - (6) 원한을 원한으로 갚지 말라

인연이야기 - (6)원한을 원한으로 갚지 말라

 

옛날 코살라 국에 장수왕이 살았는데, 그에게는 장생이라는 태자가 있었다. 왕은 자비와 정의로 나라를 다스렸으므로, 비바람이 순조롭고 오곡이 풍성해 백성들은 태평성세를 노래했다.

 

 그런데 이웃 나라의 포악한 왕은 장수왕이 번영하는 것을 시새워 마침내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왔다. 장수왕의 신하들은 이 사실을 왕에게 알리고, 나아가 맞서 싸우기를 간청했다.

 

 그러나 왕은 이같이 말했다.

 

 "만일 우리가 이기면 저들이 죽을 것이고, 저들이 이기면 우리가 죽을 것이다. 저쪽 군사나 이쪽 군사나 다 소중한 목숨들 아니냐. 누구나 제 몸을 소중히 여기고 목숨을 아까워 하는데, 내가 살기 위해 남을 해치거나 죽이는 것은 어진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왕이 이같이 그들을 만류한 뒤 태자 장생에게 말했다.

 

 "저 이웃 나라의 왕은 우리나라를 차지하고 싶어 한다. 내 신하들은 나 한사람을 위해 선량한 백성들의 목숨을 희생시킬 것이다. 나는 차라리 이 나라를 저 왕에게 내주어 백성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리라."

 

 왕과 태자는 성을 빠져나와 산속으로 들어갔다. 이웃 나라의 포악한 왕은 장수왕의 나라를 차지한 뒤, 보복을 해 올까 두려워 장수왕을 체포하라는 포고령을 내리고 황금 천 냥의 현상금을 걸었다.

 

 어느 날 장수왕은 마을 근처에 있는 나무 밑에 앉아 덧없는 인생과 허무한 세상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한 늙은 바라문이 가까이 다가와 보시를 청하자, 왕은 이와 같이 말했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가진 게 없습니다. 새 임금은 나를 잡기 위해 막대한 현상금을 걸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내 목을 베어 가십시오."

 

 그러나 바라문은 차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장수왕은 거듭 말했다.

 

 "이 몸은 머지않아 썩을 것입니다. 한 번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는 법이라 누구도 영원히 살 수는 없습니다. 만일 당신이 지금 내 목을 베어 가지 않는다 할지라도 내 몸은 언젠가 한 줌의 흙이 되고 말 것입니다."

 

 "당신은 자비를 베푸는 거룩한 분입니다. 어떻게 그 고귀한 생명을 버려 더러운 이 몸을 구하려고 하십니까."

 

 바라문은 이렇게 말하고 그곳을 떠나갔다.

 

 그러나 왕은 그를 따라가다가 성문지기에게 붙잡혀 감옥에 갇혔고, 며칠 후 형장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장생 태자가 나무꾼으로 변장하고 부왕 가까이 가자, 아버지는 아들을 알아보고 유언을 남겼다.

 

 "내 마지막 부탁을 명심하라, 원한을 품어 그 재앙을 후세에까지 남기는 것은 효자의 도리가 아니니라, 원한을 원한으로써 갚지 말라."

 

 장생은 차마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볼 수 없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숨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분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장생은 원수를 갚기 위해 그 포악한 왕의 신임을 받는 시종이 되었다. 물론 왕은 그가 장생 태자라는 사실을 몰랐다.

 

 어느 날 장생은 왕과 함께 사냥을 나갔다가 숲 속에서 길을 잃고 사흘 동안 헤맸다. 그러자 왕은 굶주림과 피로에 지쳐 허리에 찼던 칼을 풀어 장생에게 맡기고 그의 무릎을 벤 채 깊은 잠에 빠졌다.

 

 장생은 그토록 별러 오던 기회가 바로 이때다 싶어 선뜻 칼을 빼어 왕의 목을 내리치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문득 "원한을 원한으로 갚지 말라. 내 유언을 어기면 효자가 아니다."라고 했던 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다. 장생은 빼 들었던 칼을 다시 칼집에 꽂았다. 이렇게 하기를 세 번 이나 되풀이하는 동안, 마침내 왕이 깨어났다. 장생은 엎드려 왕에게 용서를 빌었다.

 

 "저는 아버지의 원수를 찾아 헤매던 장생입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 원한을 원한으로써 갚지 말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리석게도 악을 악으로 갚으려 해 세 번이나 칼을 빼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아버지의 유언을 생각하고 칼을 거두었습니다. 길을 잃은 것도 사실은 제가 일부러 한 짓입니다.

 대왕님, 저를 죽여 주십시오. 그러면 제 혼이 자리를 옮겨 다시는 이런 나쁜 생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깊이 뉘우쳤다.

 

 "실로 나는 포악해서 선악을 구별하지 못했소. 당신의 아버지는 훌륭한 성인이었소. 비록 나라를 잃었지만, 그 덕은 잃지 않았소. 당신은 아버지의 유언을 잘 이어받은 뛰어난 효자요."

 

 그들은 손을 마주 잡고 숲에서 나와 왕궁으로 돌아갔다. 왕은 장생 태자에게 나라를 되돌려 주고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ㅡ<육도집경1>.

 

 

삶과 죽음을 되풀이하는 윤회의 굴레에서 인간의 삶을 살펴보면, 눈앞의 일만 가지고 아등바등 따질 것이 못 돤다. 끝도 없이 펼쳐진 아득한 생면의 바다에서 출렁이는 파도인 우리들은 저마다 얽히고설킨 인연의 끄나풀로 이어져 있다.

 

 원한을 원한으로써 갚지 말라는 교훈은 윤회의 괴로움이 전제된 것이다. 되풀이되는 원한의 고리는 우리들의 삶을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진리의 말씀> 제5게에 이런 교훈이 있다.

 

 "이 세상에서 원한은 원한에 의해서는 결코 풀리지 않는다. 원한을 버릴 때만 풀리나니, 이것은 변치 않을 영원한 진리다."

 

 어느 한쪽에서 생각을 돌이키지 않고는 원한의 고리(연쇄 작용)에서 벗어날 기약이 없다. 우리 속담에, 져 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기는 것이라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P34-35-36-37~38

 

 

 - 인도의 옛이야기에 불교의 숨결을 불어넣은

  찬란한 설화문학을 보고,

  존재의 속얼굴을 비추는 거울 같은 이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