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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야기 - (4) 왕의 자리를 보시하다

나무향(그린) 2012. 11. 7. 15:02
왕의 자리를 보시하다 - 법정스님

 

 그 옛날 어떤 나라의 왕은 자비로써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잘 보살폈다. 달마다 나라 안팎을 두루 살필 대는 수레에 의복과 약품등 갖가지 물건을 싣고 나가 가난한 사람과 병자에게 고루 나눠 주고, 죽은 사람이 있을 대는 장례를 치러 주었다. 특히 가난한 사람을 만나면 그것을 자신의 허물로 여겨 자책했다.

 

 '내가 덕이 있었다면 백성들도 풍족하게 지낼 텐데 내 덕이 부족한 탓으로 백성들이 가난하구나. 그러니 백성들의 가난은 곧 나의 가난이나 다름없다.'

 이때 인드라는 왕의 덕행을 시험하기 위해 늙은 바라문(바라문교의 수행자)으로 변신해 왕을 찾아가 돈 천 냥을 달라고 했다. 왕은 그 자리에서 천 냥을 주었다. 그러자 바라문은 받았던 돈을 되돌려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늙었습니다. 이 돈을 도둑에게 빼앗길까 두려우니 왕이 한동안 맡아 주십시오."

 왕은 그 돈을 맡아 주었다.

 얼마후, 인드라는 또 다른 바라문으로 변신하고 왕에게 가서 왕의 덕을 찬양하며 말했다.

 

 "나는 본래 귀족이었으나 전생에 복을 짓지 못해 자금은 보시다시피 이렇게 천민이 되었습니다. 외람되지만 대왕의 그 영화를 사모하여 왕의 자리를 얻으려 찾아왔습니다. 나에게 나라를 맡겨 줄 수 있겠습니까?"

 

 왕은 선뜻 왕의 자리를 내주고 아내와 자식과 함께 낡은 수레를 타고 궁전을 떠났다.

 

 인드라는 또 다른 바라문으로 변신해 왕 앞에 나타나서, 이번에는 수레를 달라고 했다. 왕은 수레마저 기꺼이 내주고 아내와 자식과 함께 정처 없이 길을 떠났다.

 

 인드라는 다시 매 처음의 바라문으로 변신해 왕 앞에 나타나서 맡겨 두었던 돈 천냔을 돌려 달라고 했다.

 

 "나는 왕위를 다른사람에게 내주느라 경황이 없어서 당신이 맡겨 둔 돈을 따로 챙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사흘 안으로 그 돈을 돌려 주시오."

 

 왕은 아내와 자식을 누군가의 집에 잡히고 돈 천냥을 빌려서 그 바라문에게 돌려주었다. 그런데 왕의 아내와 자식은 그 집에서 도둑 누명을 쓰고 옥에 갇혔다가, 마침내 사형을 당하고 말았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왕은 남의 집 일을 돌봐 주고 돈 천 냥을 벌어 아내와 자식을 구하려고 찾아갔다. 그러던 중 거리에서 참혹하게 죽어 있는 두 사람의 시신을 보았다. 왕은 스스로 한탄하기를, '나는 전생에 지은 악업으로 지금 이런 형벌을 받는구나!' 하고 온 세계의 모든 부처님에게 전생의 자기 죄를 참회했자.

 

 그런 다음 왕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선정에 들어 신령스런 지혜로 이제까지의 모든 일이 다 인드라의 시험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뒤 왕은 아내와 자식을 되찾고, 백성들의 간청으로 다시 왕위에 올라 나라를 잘 다스렸다..............................P25-26-27

 

 

  ▲ 인연 이야기 - p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