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78) 동백꽃이 질 때

나무향(그린) 2012. 8. 3. 06:22
동백꽃이 질 때 - 이해인

 

비에 젖은 동백꽃이

바다를 안고

종일토록 토해내는

처절한 울음소리

들어 보셨나요?

 

피 흘려도

사랑은 찬란한 것이라고

순간마다 외치며 꽃을 피워냈듯이

이제는 온몸으로 노래하며

떨어지는 꽃잎들

 

사랑하면서도

상처를 거부하고

편히 살고 싶은 나의 생각들

쌓이고 쌓이면

죄가 될 것 같아서

 

마침내 여기

섬에 이르러 행복하네요

 

동백꽃 지고 나면

내가 그대로

붉게 타오르는 꽃이 되려는

남쪽의 동백섬에서……................................P148-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