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13) 추억 일기-2 -²

나무향(그린) 2011. 6. 24. 05:38

추억 일기-2 -² - 이해인

 

하루에도 몇 번씩

서랍을 열 때마다

문득 그리워지는

내 유년의 비밀서랍

비밀도 없는데

비밀서랍을 만든 것은

누군가 봐주길 바라는

허영심 때문이었을까?

 

인형의 옷을 해 입힐

색종이와 자투리 헝겊

미래의 꿈과 동요가 적힌

공책과 몽당연필이

가득 들어찼던

내 어린 시절의 서랍은

어둠조차 설레임으로 빛나던

보물상자였는데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내 서랍 속엔

쓸모없는 낙서와 먼지

내가 만든 근심들만

수북히 쌓여 있다.............................p33-34

 

-이해인(李海仁) 수도자로서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사색을 조화시키며 기도와 시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수녀 시인.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필리핀 성 루이스 대학 영문학과와 서강대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부산 성 베네딕도회 수녀로 봉직중이다.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Olivetan Benedictine Sisters)소속으로 1968년에 첫 서원을, 1976년에 종신서원을 하였다. 1970년 『소년』지에 동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펴낸 이래 8권의 시집, 7권의 수필집, 7권의 번역집을 펴냈고 그의 책은 모두가 스테디셀러로 종파를 초월하여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초·중·고 교과서에도 여러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성동아대상, 새싹문학상, 부산여성문학상, 올림예술대상 가곡작시상, 천상병 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