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시인 백석

물닭의 소리 - 야우소회 / 백석

나무향(그린) 2011. 3. 15. 17:03

야우소회(夜雨小懷) / 백석

 

 

 ― 물닭의 소리 5

 

캄캄한 비 속에

새빩안 달이 뜨고

하이얀 꽃이 퓌고

먼바루 개가 짖는 밤은

어데서 물의 내음새 나는 밤이다

 

캄캄한 비 속에

새빩안 달이 뜨고

하이얀 꽃이 퓌고

먼바루 개가 짖고

데서 물의 내음새 나는 밤은

 

나의 정다운 것들

가지 명태 노루 뫼추리 질동이 노랑나비 바구지꽃 메밀국수 남치마 자개짚섹이

그리고 천희(天姬)라는 이름이 한없이 그리워지는 밤이로구나

 

 

먼바루 : 먼발치기. 조금 멀찍이 떨어져 있는 곳

물외 : 오이

질동이 : 질그릇 만드는 흙으로 구워 만든 동이

남치마 : 남색치마

자개짚섹이 : 작고 예쁜 조게껍데기들을 주워 짚신에 그득히 담아 두는것.

 

< 야우소회(夜雨小懷)>는 여름날의 비오는 밤에 역시 통영을 생각하며 쓴 시이다. 마치 한 폭의 유화를 보는 아름다움과 그 정경을 묘사하면서도 자신의 쓸쓸함을 끝내 떨쳐버리지 못하는 자신의 바램과 사랑에 대한 미련을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비에 의탁하고 있다. 더구나 자신에게 너무나 가깝게 다가오는 바닷가의 이름모를 주막집의 천희(千姬)까지 사랑하는 비극을 생각하면서……

 

백석에게 끊임없이 다가오는 천희(天姬)는 <통영>에서 보여주는 '미억오리같이말라서 굴껍지처럼말없이사랑하다죽는다는'천희와 같다. 바로 그 해 6월 실비 오는 저녁에 만난 그녀를 두고두고 새기며 아쉬워한 백석은 '물닭의 소리'로 대변한다. 백석은 아름다운 물닭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비오는 밤에 두고두고 그 때의 감회를 읊는 것이다. <남향(南鄕)>과 더불어 시<야우소회(夜雨小懷)>는 '물닭의 소리'의 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