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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닭의 소리 - 남향 / 백석

나무향(그린) 2011. 3. 10. 09:14

남향(南鄕) / 백석

 

 ― 물닭의 소리 4

 

푸른 바다가의 하이얀 하이얀 길이다

아이들은 늘늘히 청대나무말을 몰고

대모풍잠한 늙은이 또요 한 마리를 드리우고 갔다

이 길이다

얼마 가서 감로(甘露) 같은 물이 솟는 마을 하이얀 회담벽에 옛적본의

장반시게를 걸어놓은 집 홀어미와 사는 물새 같은 외딸의 혼사

말이 아지랑이같이 낀곳은

 

 

늘늘히 : 휘늘어진 것에 줄줄이 붙은 모습을 말함

청대나무말 : 다 자란 푸른 대나무를 어린아이들이 놀이도구로 사용하여 가랑이에 넣고끌고 다니는 말. 잎이 달린 아직 푸른 대나무를 어린이들이 말이라 하여 가랑이에 넣어서 끌고 다니며 노는 죽마

대모풍잠 : 대모갑으로 만든 풍잠.

대모갑 : 바다거북의 등껍질

풍잠 : 망건의 당 앞쪽에 꾸미는 물건. 쇠뿔, 대모, 금패 같은 것으로 원산모양으로 만듦. 갓 모자가 걸리어 바람에 뒤쪽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느라고 꾸밈.

또요 : 도요새. 도요과에 속하는 새의 총칭. 강변의 습기 많은 곳에 살고 다리, 부리가 길며 꽁지가 짧음.

회담벽 : 회벽으로 된 담벽

옛적본 : 옛날 스타일의

 

장반시계 : 쟁반같이 생긴 둥근 시계.

 

 

백석의 가장 슬프고도 또한 아름다운 시가 바로 <남향(南鄕)>이다.

백석은 남쪽의 마을 통영을 생각하면서 자신이 걸어 보았던 명정동의 길을 생각하며 란의 모친 서씨와 란의 모습을 떠올린다. 맑고 깨끗하 물이 솟아 이름하야 명정동(明井洞)이라 부르는 그곳의 회담벽이 있는 나지막한 집의 사랑채와 그곳에 사는 두 모녀 의 모습은 언제나 백석에게는 잊혀지지 않었다. '이길이다'라는 표현에서는 잊혀졌던 시절의 추억이 불현듯 나타나 거의 절대적인 백석의 그리움과 바램이 드러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