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늘은 구름을 안고 움직이고 있다. 나는 세월을 안고 움직
이고 있다. 내가 살아 있는 날 엔 항상 하늘이 열려 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하늘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모란
2
그 푸른 빛이 너무 좋아 창가에서 올려다본 나의 하늘은 어제
는 바다가 되고 오늘은 숲이 되고 내일은 또 무엇이 될까.
↑풀또기
몹시 갑갑하고 울고 싶을 때 문득 쳐다본 나의 하늘이 지금은 집이
되고 호수가 되고 들판이 된다.
↑길마가지나무
그 들판에서 꿈을 꾸는 내 마음.
파랗게 파랗게 부서지지 않는 빛깔.
↑향선나무
3
아아 하늘, 하늘에다 나를 맡기고 싶다. 구름처럼 안기고 싶
다. 서러울 때는 하늘에 얼굴을 묻고 아이처럼 순하게 흑흑 느
껴 울고 싶다.
↑모과나무
4
하늘에 노을이 타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온통
피로 물들이듯 타오르는 노을. 나의 아픈 그리움도 일제히 일
어서서 가슴 속에 노을로 타고 있다.
↑모과
5
하늘에 노을이 지고 있다. 타다가 타다가 검붉은 재로 남은
나의 그리움이 숨어서 숨어서 노을로 지고 있다.
↑차나무
6
'하늘' 이란 말에서 조용히 피어오르는 하늘빛 향기. 하늘의
향기에 나는 늘 취하고 싶어 '하늘' , '하늘' 하고 수없이 뇌어
보다가 잠이 들었다. 자면서도 또 하늘을 생각했다.
↑신나무
7
하늘을 생각하다 잠이 들면 나는 하늘을 날으는 한 마리 새,
연두색 부리로 꿈을 쪼으며 하늘을 집으로 삼은 따뜻하고 즐거
운 새.
↑비술나무
8
하늘은 환희의 바다. 날마다 구름으로 닻을 올리고 당신과
함께 내가 떠나는 무한의 바다.
↑나래쪽동백
하늘은 이별의 강. 울어도 젖지
않고, 흐르지 않는 늘 푸른, 말이 없는 강.
-이해인 수녀님 <두레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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