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곡玄谷에서 / 이형권
그대에게 가 닿을 수만 있다면
천 년 세월 이끼가 머물지 않은
폐사지의 석탑처럼
그대에게 순결할 수 있다면
현곡*이여
홀로 떠도는 이 산하가
쓸쓸하지 않으리.
그리운 듯 외로운 듯
뒤척이는 무덤가 솔숲을 지나
생이여
풀리지 않는 모순이여
헤아릴 수 없는 운명의 비늘을 감추고
그대를 꿈꿀 수 있다면
은밀하고도 오묘한 골짜기
현곡으로 가는 작은 길 위에서
석비石碑처럼 뜨거운 눈물을 흘리라.
*현곡: 경북 경주시 현곡면 오류리 진덕여왕릉이 있는 골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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