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권무심재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14) 현곡玄谷에서

나무향(그린) 2017. 12. 8. 06:32

 

현곡玄谷에서 / 이형권

 

그대에게 가 닿을 수만 있다면

천 년 세월 이끼가 머물지 않은

폐사지의 석탑처럼

그대에게 순결할 수 있다면

현곡*이여

홀로 떠도는 이 산하가

쓸쓸하지 않으리.

 

그리운 듯 외로운 듯

뒤척이는 무덤가 솔숲을 지나

생이여

풀리지 않는 모순이여

헤아릴 수 없는 운명의 비늘을 감추고

그대를 꿈꿀 수 있다면

은밀하고도 오묘한 골짜기

현곡으로 가는 작은 길 위에서

석비石碑처럼 뜨거운 눈물을 흘리라.

                                                                                                                                        *현곡: 경북 경주시 현곡면 오류리 진덕여왕릉이 있는 골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