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권무심재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16) 초원에서

나무향(그린) 2017. 12. 10. 09:02

 

초원에서 / 이형권

 

 

나 죽어

바람이 되었다가

구천을 떠도는

슬픈 하늬바람 되었다가

이승에서 지은 죄

흰 머리카락처럼 풍화되어

선한 눈빛 되었을 때

초원을 떠도는 악사가 되리

 

 

그대 뼈로 만든 피리

구멍 속을 빠져나오는

주인 없는 노래가 되었다가

어느 무정한 손길의

발길에 머무는 노래가 되었다가

그대가 오시는 날

모닥불 가에서

피리 부는 떠돌이 악사가 되리

 

 

자작나무 숲에 사는

늙은 숫양의 노래처럼

처량하게 울려 퍼지다가

천둥이 울고 가는 날

적막한 하늘가에

마른번개가 칠 때

찰나 같은 이승에서 기억을 볼 수 있도록

밤하늘에 부서지는 노래가 되리

 

 

나 죽어

바람이 되었다가

구천을 떠도는

슬픈 하늬바람 되었다가

이승에서 지은 죄

흰 머리카락처럼 풍화되어

선한 눈빛 되었을 때

초원을 떠도는 악사가 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