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에서 / 이형권
나 죽어
바람이 되었다가
구천을 떠도는
슬픈 하늬바람 되었다가
이승에서 지은 죄
흰 머리카락처럼 풍화되어
선한 눈빛 되었을 때
초원을 떠도는 악사가 되리
그대 뼈로 만든 피리
구멍 속을 빠져나오는
주인 없는 노래가 되었다가
어느 무정한 손길의
발길에 머무는 노래가 되었다가
그대가 오시는 날
모닥불 가에서
피리 부는 떠돌이 악사가 되리
자작나무 숲에 사는
늙은 숫양의 노래처럼
처량하게 울려 퍼지다가
천둥이 울고 가는 날
적막한 하늘가에
마른번개가 칠 때
찰나 같은 이승에서 기억을 볼 수 있도록
밤하늘에 부서지는 노래가 되리
나 죽어
바람이 되었다가
구천을 떠도는
슬픈 하늬바람 되었다가
이승에서 지은 죄
흰 머리카락처럼 풍화되어
선한 눈빛 되었을 때
초원을 떠도는 악사가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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