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 이형권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황룡사 폐허의 들판에 제비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사랑인 듯, 이별인 듯, 그리움인 듯
모량리 왕릉의 숲길에 진달래 한 송이 피었습니다.
꿈인 듯, 노래인 듯, 지나간 추억인 듯
무너진 성터 돌틈 속에 산자고 한 송이 피었습니다.
하루, 하루가 낡아지는 소식처럼 쌓여 가고 있지만
바람은 천 년 전의 일을 기억하고 있는 듯 싱그럽습니다.
누군가 어깨를 툭 치고 다가올 것 같은 봄날
그대와 서라벌의 옛길을 걸어 세월 저편에 가 닿고 싶습니다.
*김춘수의 시 <서풍부>에서 차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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