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권무심재

슬픈것이 흘러가는 시간이다 - (10) 태하등대 가는 길

나무향(그린) 2017. 12. 4. 06:36

태하등대 가는 길

 

누가 이 길을 걸어갔을까.

 

동백꽃 지는 산길을 따라

묵정밭 모퉁이를 돌아서면

세찬 바람이 물보라처럼 날리는

 

송곳산 아래 현포 바닷가

활시위처럼 팽팽한 해안선이

띠풀처럼 애처럽게 아우성치는

 

태하*로 가는 길

쓸쓸한 저녁

선홍빛 노을이 부서지는 길을 따라서

 

세상의 절교장을 받아들고

누가 이길을 걸어갔을까.

 

잊혀질 듯 잊어질 듯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등대의 불빛이

칠흑 속으로 자맥질하는

풀섶 길을 따라서

 

그리움도 버리고

다정함도 버리고

누가 이 길을 걸어갔을까.

                                                                                                                                  * 경북 울릉군 서면 태하리 대풍감 절벽 위에 등대가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