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하등대 가는 길
누가 이 길을 걸어갔을까.
동백꽃 지는 산길을 따라
묵정밭 모퉁이를 돌아서면
세찬 바람이 물보라처럼 날리는
송곳산 아래 현포 바닷가
활시위처럼 팽팽한 해안선이
띠풀처럼 애처럽게 아우성치는
태하*로 가는 길
쓸쓸한 저녁
선홍빛 노을이 부서지는 길을 따라서
세상의 절교장을 받아들고
누가 이길을 걸어갔을까.
잊혀질 듯 잊어질 듯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등대의 불빛이
칠흑 속으로 자맥질하는
풀섶 길을 따라서
그리움도 버리고
다정함도 버리고
누가 이 길을 걸어갔을까.
* 경북 울릉군 서면 태하리 대풍감 절벽 위에 등대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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