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후광이 아닌 자신의 복업
옛날 어느 나라에 선광(善光)이라는 왕녀가 있었다. 그녀는 총명하고 용모가 단정해 부모들이 무척 귀여워했으며, 궁중에서도 다들 사랑스럽게 여겼다.
왕이 딸에게 말했다.
“너는 내 힘을 입어서 많은 사람한테서 사랑과 귀여움을 받는다.”
그러자 딸이 대답했다.
“아버지의 힘을 입어서가 아니라 제게 그럴 만한 복업의 힘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왕은 이 말을 듣고 벌컥 화를 내면서 말했다.
“너한테 그럴 만한 복업의 힘이 있는지, 어디 한번 시험해 보리라.”
그러고는 신하들에게 명령했다.
“이 성안에서 가장 헐벗고 굶주린 거지를 한 사람 데려오도록 하라.”
신하들은 왕의 명을 받고 가장 가난한 거지 한 사람을 데리고 왔다. 왕은 거지에게 선광을 아내로 삼으라고 주면서 딸에게 말했다.
“네 복업의 힘 때문인지 아닌지 두고 보면 알 것이다.”
그러나 선광은 여전히 같은 말을 했다.
제가 지어놓은 업의 힘 때문이지요
그녀는 왕국을 떠나면서 거지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에게는 부모님이 계세요?”
거지가 대답했다.
“우리 아버지는 전에 이 성안에서 첫손꼽는 부자였소. 그런데 부모가 다 돌아가시고 나서는 의지할 곳 없이 이렇게 거지 신세가 되었소.”
선광이 다시 물었다.
“당신은 예전의 그 집터를 아시나요?”
“터야 알지만, 지금은 집도 담장도 다 허물어져 빈터만 남아 있소.”
선광은 남편을 데리고 옛 집터를 찾아가 여기저기 살펴보았다. 이때 흙더미 속에서 반짝거리는 것이 있었다. 흙을 헤치고 보니 그것은 보물 상자였다. 그녀는 그것을 팔아 그 터에 집을 새로 짓고, 세간살이는 물론 하인과 종들을 두루 갖추어 놓고 호화롭게 살았다.
왕은 어느 날 문득 딸 선광에 대한 생각이 일어났다.
“내 딸이 그동안 어떻게 지내 왔는지 궁금하도다.”
곁에 있던 신하가 아뢰었다.
“집과 재물 등이 왕궁 못지않사옵니다.”
왕은 감탄하면서 말했다.
“과연 세존의 말씀에는 거짓이 없다. 자신이 선악을 지어 스스로 그 갚음을 받는다더니.”
왕은 부처님을 찾아가 물었다.
“제 딸은 무슨 복업을 지었기에 왕가에 태어나 몸에서 빛이 납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과거 비바시불이 계실 때, 반두라는 왕이 있었소. 비바시불이 열반에 든 뒤 그 왕은 탑을 세워 부처님의 사리를 공양했고, 왕비는 비바시불의 상(像)을 만들고 나서 이렇게 발원했었소.
이 다음 세상에 내 몸에서는 금빛 광명이 나고, 부귀를 누리면서 삼악도와 팔난(八難)[여덟 가지 괴로움과 재난 - 배고픔, 목마름, 추위, 더위, 물, 불, 칼, 병난(兵難)]을 만나지 않게 하여지이다.’
왕이여 그때의 왕비가 바로 오늘의 선광입니다. 그리고 가섭 부처님 때 그녀는 부처님과 그 제자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공양했는데, 남편이 들어와 그것을 만류했소. 그러나 그녀는 손님들이 맛있게 공양하도록 방해하지 말라고 했소. 그때의 그 남편이 오늘의 저 남편입니다. 남편은 아내의 공양을 만류한 인연으로 항상 가난하게 살다가, 아내 덕으로 공양을 허락했기 때문에 그 인연으로 부귀를 누리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아내가 떠나면 다시 가난해질 것입니다. 이와 같이 선악의 업이 마치 몸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은 어긋남이 없습니다.” 잡보장경> 제2권
<법정스님 '인연이야기'>...........................P257~261
'▒▒▒마음의산책 ▒ > 법정스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연 이야기 - (44) 마음속 번뇌가 가장 무섭다....................끝 (0) | 2014.10.07 |
---|---|
인연 이야기 - (43) 선악의 보상은 스스로 불러들인다 (0) | 2014.10.04 |
인연 이야기 - (41) 부모를 공경 공양한 인연 공덕 (0) | 2014.10.01 |
인연 이야기 - (40) 노인의 지혜로 나라의 위기를 면하다. (0) | 2014.09.15 |
인연 이야기 - (39) 왕위를 사양하는 형제 (0) | 2014.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