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공경 공양한 인연 공덕
부처님이 슈라바스타에 계실 때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사람이 자기 집에 브라흐마 신을 모시고 싶거든 부모에게 효도하라. 브라흐마 신은 곧 그 집에 머물 것이다. 인드라 신을 자기 집에 모시고 싶거든 부모에게 효도하라. 인드라 신은 곧 그 집에 머물 것이다. 모든 천신을 자기 집에 모시고 싶거든 부모를 공경하라. 모든 천신은 그 집에 머물 것이다. 그리고 만일 성현과 여래에게 공양하고 싶거든 부모를 공양하라. 성현과 여래가 곧 그 집에 머물 것이다.”
비구들은 말했다.
세존께서는 항상 부모와 노인에게 공경 공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나는 오늘만 이러는 게 아니다. 무수히 지내 온 과거세에도 부모와 노인을 공경하고 공양했느니라.”
"과거에 공경한 그 일을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옛날 바라나시 국에 가난한 노인이 있었는데, 그는 외아들을 두었다. 그 외아들한테는 많은 자식들이 있어 더욱 가난에 쪼들렸다. 때마침 심한 흉년이 들어 아들은 늙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산 채로 땅속에 묻어 버리고 남은 양식으로 자식들을 먹여 살렸다.
이웃에 사는 사람이 물었다.
‘요즘 자네 어르신네께서 통 보이질 않는군. 어디 편찮으신 데라도 있는가?”
아들은 대답했다.
‘부모님은 너무 늙어 곧 돌아가실 때가 가까웠으므로 얼마 전에 미리 묻어 드리고, 그분들이 먹을 양식으로 이 흉년에 아이들이나 먹여 살리려고 했다네.’
다른 이웃집에서도 그 말을 전해 듣고 그것이 사리에 맞는 일이라고 했다. 이렇게 한 입 두 입 건너 이 소문이 온 바라나시 국에 퍼지자, 이 일이 그 나라의 법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한 아들이 이 같은 말을 듣고, 그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고 분개했다. 그는 어떤 방법을 써야 이런 악법을 없애 버릴 수 있을까 하고 늘 생각했다.
하루는 그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아버님께서는 이웃나라에 가셔서 옛 경론을 공부하고 오십시오.’
아버지는 아들의 말대로 이웃나라에 가서 옛 성인들이 남긴 경론을 배우고 돌아왔다.
아들은 아버지의 나이가 많아지자 은밀히 땅을 파고 조촐하게 방을 만들어 그 안에 아버지를 모셔 두고 때에 맞춰 좋은 음식을 올렸다. 그는 늘 생각했다. ‘누가 나와 함께 이 나쁜 법을 없애 줄 수 없을까.’ 하고.
이때 그의 앞에 천신이 나타나서 말했다.
‘내가 이제 당신을 위해 짝이 되어 주겠으니, 내가 시키는 대로 따르시오.’
다음 날 왕궁의 문 앞에는 왕에게 고하는 천신의 글이 붙어 있었다.
바라나시의 왕에게 묻는다. 다음 네 가지 물음에 답하면 왕을 보호하겠지만, 만일 바른 답을 하지 못하면 앞으로 이레 뒤에 왕의 머리를 부수어 일곱 조각을 내리라.
네 가지 물음이란, ‘첫째, 어떤 것이 으뜸가는 재산인가? 둘째, 어떤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인가? 셋째, 어떤 맛이 가장 훌륭한가? 넷째, 어떤 것이 가장 오래 사는가? 하는 것이다.
왕은 이와 같은 천신의 물음을 듣고 심기가 몹시 불안했다. 왕은 곧 나라 안에 영을 내려 물었다.
‘이 네 가지를 아는 사람에게는 그 소원이 무엇이든 다 들어 주리라.’
노인의 아들은 왕 앞에 나아가 그 뜻을 이와 같이 풀이했다.
‘믿음이 으뜸가는 재산이고, 바른 법이 가장 즐거우며, 진실한 말이 제일 맛이 좋고, 지혜의 수명이 가장 오래갑니다.’
이 답을 듣고 왕은 매우 기뻐했다.
‘이 답은 그대 스스로 알았는가, 아니면 누가 가르쳐 준 것인가?
그는 대답했다.
‘저의 늙으신 아버지께서 제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러자 왕이 물었다.
‘그대 아버지는 지금 어디 있는가?
아들은 말했다.
‘원컨대 왕께서는 저의 두려움을 없애 주소서. 저의 아버지는 많이 늙으셨습니다. 그대로 있으면 나라의 법을 어기게 되므로 땅을 파고 방을 들여 은밀히 모시고 있습니다. 부모의 은혜가 지중하기로 말하면 하늘과 땅과 같습니다. 태 안에서 열 달을 안고 있다가 낳아서는 마른자리 진자리를 가리면서 기르고, 사람이 되도록 밤낮으로 가르친 은혜로 우리가 비로소 사람 구실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해와 달을 바라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살아가는 이 모든 것이 부모의 은혜 아닌 것이 없습니다. 가령,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올려놓고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모시고 백 년 동안 다니면서 갖가지로 공양해도 은혜에는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왕은 그의 말에 감동하면서 물었다.
‘그대의 소원은 무엇인가?
그가 대답했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왕께서는 그 악법을 버리도록 해 주소서.’
왕은 그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부모에게 불효한 자는 그 죄를 엄히 다스리리라.’
이 같은 영을 곧바로 온 나라에 내렸던 것이니라.”
부처님은 이어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알고 싶은가? 그때 그 노인의 아들은 바로 지금의 이 몸이니라. 나는 그 옛날에도 나라의 악법을 없애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법을 이루었네. 그 인연 공덕으로 부처가 되었고, 오늘도 또한 부모를 공경하고 공양하는 법을 찬탄하는 것이니라.” <잡보장경> 제2권
이 인연 설화는 앞에 나온 이야기와 그 동기가 같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여럿 들어 있는 것 은 그만큼 절실한 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인명 존중뿐 아니라 생명 존중으로 그 뜻이 확산될 때, 인간의 뜰은 그만큼 넓어질 것이다.
<법정 스님 '인연이야기'> .........................P25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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