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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이야기 - (37) 실수로 저지른 일의 갚음은 실수로 받는다

나무향(그린) 2014. 5. 12. 09:54

실수로 저지른 일의 갚음은 실수로 받는다

 

부 처님이 슈라바스티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한 노인이 일찍이 아내를 잃고 어린 아들과 함께 가난하고 외롭게 살았다. 그는 세상의 덧없음을 깨닫고 출가하려고 부처님을 찾아가 그 뜻을 말했다. 부처님은 그를 가엾이 여겨 출가를 허락했다.

 

 아버지는 나이가 많아 비구가 되고, 아들은 어리기 때문에 사미승이 되어 항상 아버지와 함께 마을로 들어가 걸식하고 저물어서 돌아왔다. 그날도 그들은 먼 마을까지 가서 걸식을 하느라고 해가 저물어서야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버지는 늙고 쇠약했기 때문에 걸음이 느렸다. 아들은 숲 속에서 사나운 짐승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잔뜩 겁이 났다. 그래서 급히 아버지를 부축해 밀고 가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아버지를 땅에 넘어뜨리고 말았다.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러니 아버지는 아들에 의해 죽은 셈이었다.

 결국 사미 혼자 울면서 돌아오는 것을 보고 비구들이 그에게 물었다.

 

 “너는 아침에 스승[아버지]과 함께 걸식하러 나가더니, 어째서 같이 오지 않고 홀로 돌아오느냐?”

 사미는 스님들에게 사실대로 알렸다. 스님들은 그 사미를 몹시 꾸짖었다.

 “너는 아주 못된 놈이구나, 제 손으로 밀쳐 스승을 죽게 하다니.”

 그들은 곧 부처님께 이 일을 말씀드렸다. 부처님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스승이 이미 죽었지만, 그것은 사미가 악의로 한 일이 아니니라.”

 

 그러고는 그의 아들인 사미를 불러 물으셨다.

 “너는 네 스승을 밀쳐 죽였느냐?”

 사미는 울면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제가 발을 헛디뎌 그리 되었지만, 악의에서 그런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부처님은 그의 말을 인정하고 말씀하셨다.

 “사미여, 네 마음을 나는 알고 있다. 너한테는 조금도 악의가 없다. 지나간 세상에서도 그와 같이 악의 없이 죽인 일이 있었느니라.

 

 과거 무량겁[아승지겁. 헤아릴 수 없는 긴 시간] 전에 부자끼리 한 곳에 살고 있었다. 그때 아버지가 병이 났는데 누워서 잠을 자려고 하면 파리가 이마에 날아와 자꾸 귀찮게 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시켜 파리를 쫓게 하고 잠을 좀 청하려고 했다.

 아들은 아버지의 머리맡에 앉아 파리를 날려 보냈지만, 파리는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붙곤 했다. 아들은 귀찮게 구는 파리 때문에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나 큰 몽둥이를 들고 파리를 내쫓았다. 그러다가 그만 잘못해서 아버지의 이마를 내려치고 말았다. 아버지는 그 길로 죽었다. 그러나 그때 나쁜 마음으로 일부러 죽인 것은 아니었느니라.

 

 비구들이여, 알아 듣거라. 그때의 그 아버지는 오늘의 이 사미요. 그때 몽둥이로 아버지의 이마를 쳤던 아들은 오늘 길에서 넘어져 죽은 노비구니라. 그때도 고의 아닌 실수로 죽였기 때문에 오늘의 갚음도 실수로 비롯된 것이다.” <현우경> 아오살부품兒誤殺父品

 

 

오늘 우리들은 거의 날마다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사람들의 보도를 보고 듣는다. 그들이 일부러 죽이지 않고 한순간의 실수로 저지른 일이기 때문에 그 형량도 고의인 경우 보다는 무겁지 않다. 어째서 현대 사회에서는 이 과실이 그토록 범람하고 있을까. 끝없는 과실의 연쇄반응…….

 

 이 인연 설화에 따르면, 과실은 과실로써 갚음을 받는다.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남에게서 잠깐 실수로 받는 피해를 이와 같은 인연의 논리로 받아들인다면, 크게 화내거나 속상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화내고 속상해하는 피해는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받게 된다.

 

오, 인연의 얽힘이여, 제발 우리를 잘못의 함정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법정스님'인연이야기'> ............................P225~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