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미당 서정주

질마재로 돌아가다 - [49] 저무는 황혼

나무향(그린) 2013. 9. 2. 08:35

저무는 황혼 - 서정주

 

새우마냥 허리 오그리고

뉘엿뉘엿 저무는 황혼을

언덕 넘어 딸네집에 가듯이

나도 이제 잠이나 들까.

 

굽이굽은 등 굽은

근심의 언덕 넘어

골골이 뻗히는 시름의 잔주름뿐,

저승에 갈 노자도 내겐 없으니

 

소태같이 쓴 가문 날들을

역구 풀 밑 대어 오던

내 사랑의 보 또랑물

인제는 제대로 흘러라 내버려 두고

 

으시시한 깔리는 머언 산 그리매

홑이불처럼 말아서 덮고

엇비슷이 비껴 누워

나도 인제는 잠이나 들까.  .......................................p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