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23) 구름의 노래-1 / 이해인 수녀님 계단오르기-1

나무향(그린) 2011. 6. 29. 08:37

구름의 노래-1 - 이해인

 

구름도 이젠

나이를 먹어 담담하다 못해

답답해졌나?

 

하늘 아래

새것도 없고

놀라울 것도 없다고

감탄사를 줄였나?

 

그리움도 적어지니

괴로움도 적어지지?

 

거룩한 초연함인지

아니면 무디어서 그런 건지

궁금하고 궁금하다

 

대답해 주겠니?...................................p48

 

 ▽ 이해인 수녀님 계단오르기

 

 


나는 강원도 양구에서 1945년 6월7일(음력:4월27일)에 태어났고 난 지 3일만에 가톨릭 세례를 받았다. 고모와 삼촌들도 함께 살았던 그 시절을 생각하니, 나는 조그만 라디오를 들고 골방에 숨어 어떻게 사람 목소리가 기계 안에서 들려오는지 보이지 않는 원리를 캐내려고 고민했던 기억도 새롭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가장 친하게 지낸 친구로는 안현숙(지금은 배우 최민수의 장모)이 있는데 지금도 종종 연락을 주고 받고 있으며 나는 이 친구의 이야기를 ‘튤립꽃 같은 친구’라는 제목으로 <사랑할 땐 별이 되고>에 쓰기도 했다.

강원도출신인 어머니는 오히려 좀 무뚝뚝한 편이었고 인천 출신인 아버지는 매우 다정다감한 성격이어서 나는 아버지를 매우 따랐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버지가 회사에서 돌아오실 무렵이면 늘 밖에 나가 기다렸고 그 때 저녁마다 사다주신 모나카 과자 맛을 잊지 못한다.

달리아 꽃이 가득한 정원에서 아버지가 나를 바라보던 그 그윽한 눈빛이 아직도 얼마나 그리운지! 금융조합 사택인 청파동에서 우리 사남매가 한창 행복하게 살 무렵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아버지가 납치를 당하시는 바람에 우리 가족에겐 안팎으로 어려움이 닥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