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19) 비 오는 날의 일기-3

나무향(그린) 2011. 6. 26. 06:12

비 오는 날의 일기-3 - 이해인

 

너무 목이 말라 죽어가던

우리의 산하

부스럼난 논바닥에

부활의 아침처럼

오늘은 하얀 비가 내리네

 

어떠한 음악보다

아름다운 소리로

산에 들에

가슴에 꽂히는 비

 

얇디얇은 옷을 입어

부끄러워하는 단비

차갑지만 사랑스런 그 뺨에

입맞추고 싶네

 

우리도 오늘은

비가 되자

 

사랑 없어 거칠고

용서 못해 갈라진

사나운 눈길 거두고

이 세상 어디든지

한 방울의 기쁨으로

한줄기의 웃음으로

순하게 녹아내리는

하얀비, 고운비

맑은 비가 되자...............................p42

 

 꽃이 진 자리에도 여전히 푸른 잎의 희망이 살아 있다!

암 투병과 상실의 아픔으로 빚어낸 이해인 수녀의 희망 산문집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암 투병과 사랑하는 지인들의 잇단 죽음을 목도하는 아픔의 시간을 견뎌내며,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삶을 긍정하는 저자의 깨달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이 보이는 것처럼, 고통의 과정이 있었기에 비로소 일상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이 보이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일상을 담은 칼럼들과 오랜 시간 벼려온 우정에 대한 단상들, 수도원의 나날, 누군가를 위한 기도와 묵상,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추모의 글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세계적인 판화가 황규백 화가의 그림이 함께 실려 있어 이해인 수녀의 글에 깊이와 정감을 더해준다. 

저자는 이번 산문집에서 특히 자신이 직접 겪은 몸과 마음의 아픔을 담담하게 풀어놓으며,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희망은 살아 있다고 역설한다. 수도자로서, 시인으로서, 개인으로서의 삶과 사유를 통해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구체적인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첫 장에는 서문 대신 한 장의 꽃편지가 실려 있는데, 이 책을 위해 글을 써주겠다는 약속을 뒤로한 채 작고한 고(故) 박완서 작가의 편지다. 특별한 인연을 맺어온 박완서 작가의 편지로 서문을 대신했다. 또한 법정 스님과 오랫동안 주고받은 편지, 김용택 시인에게 보내는 글 등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