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이해인수녀님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16) 바람이 내게 준 말

나무향(그린) 2011. 6. 26. 05:53

바람이 내게 준 말 - 이해인

 

넌 왜

내가 떠난 후에야

인사를 하는 거니?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왜 제때엔 못 하고

한 발 늦게야 표현을 하는 거니?

 

오늘도

이끼 낀 돌층계에 앉아

생각에 잠긴 너를

나는 보았단다

 

봉숭아 꽃나무에

물을 주는 너를

내가 잘 익혀놓은

동백 열매를 만지작거리며

기뻐하는 너를

지켜보았단다

 

언제라도

시를 쓰고 싶을 땐

나를 부르렴

 

어느 계절에나

나는 네게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단다

나의 걸음은

네게로 달려가는

내 마음보다도 빠르단다

 

사랑하고 싶을 땐

나를 부르렴

 

나는 누구의 마음도 다치지 않으면서

심부름 잘하는

지혜를 지녔단다

 

세월이 가도 늙지 않는

젊음을 지녔단다............................................p38-39

 

 -이해인(李海仁) 수도자로서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사색을 조화시키며 기도와 시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수녀 시인.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필리핀 성 루이스 대학 영문학과와 서강대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부산 성 베네딕도회 수녀로 봉직중이다.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Olivetan Benedictine Sisters)소속으로 1968년에 첫 서원을, 1976년에 종신서원을 하였다. 1970년 『소년』지에 동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펴낸 이래 8권의 시집, 7권의 수필집, 7권의 번역집을 펴냈고 그의 책은 모두가 스테디셀러로 종파를 초월하여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초·중·고 교과서에도 여러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성동아대상, 새싹문학상, 부산여성문학상, 올림예술대상 가곡작시상, 천상병 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