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 일기 - 이해인
바람이 불 듯 말 듯
꽃이 필 듯 말 듯
해마다 3월 21일은
파밭의 흙 한 줌 찍어다가
내가 처음으로
시를 쓰는 날입니다
밤과 낮의 길이가
똑같다구요?
모든 이에게
골고루 사랑을 나누어주는
봄햇살 엄마가 되고 싶다고
춘분처럼
밤낮 길이 똑같아서 공평한
세상의 누이가 되고 싶다고
일기에 썼습니다
아직 겨울이 숨어 있는
꽃샘바람에
설레며 피어나는
내 마음의 춘란 한 송이
오늘따라
은은하고
어여쁩니다..........................p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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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진 자리에도 여전히 푸른 잎의 희망이 살아 있다!
암 투병과 상실의 아픔으로 빚어낸 이해인 수녀의 희망 산문집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암 투병과 사랑하는 지인들의 잇단 죽음을 목도하는 아픔의 시간을 견뎌내며,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삶을 긍정하는 저자의 깨달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이 보이는 것처럼, 고통의 과정이 있었기에 비로소 일상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이 보이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일상을 담은 칼럼들과 오랜 시간 벼려온 우정에 대한 단상들, 수도원의 나날, 누군가를 위한 기도와 묵상,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추모의 글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세계적인 판화가 황규백 화가의 그림이 함께 실려 있어 이해인 수녀의 글에 깊이와 정감을 더해준다.
저자는 이번 산문집에서 특히 자신이 직접 겪은 몸과 마음의 아픔을 담담하게 풀어놓으며,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희망은 살아 있다고 역설한다. 수도자로서, 시인으로서, 개인으로서의 삶과 사유를 통해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구체적인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첫 장에는 서문 대신 한 장의 꽃편지가 실려 있는데, 이 책을 위해 글을 써주겠다는 약속을 뒤로한 채 작고한 고(故) 박완서 작가의 편지다. 특별한 인연을 맺어온 박완서 작가의 편지로 서문을 대신했다. 또한 법정 스님과 오랫동안 주고받은 편지, 김용택 시인에게 보내는 글 등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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