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남양주-수종사

나무향(그린) 2006. 2. 19. 20:11

남양주-수종사

어차피 만날 인연 먼 길 돌아왔구나

합치려 달려온 남북한강 운길산에 올라 굽어보고…삼정헌 작설차 한잔하면 물의 빛깔 달리 보이니…

작설차 한잔 음미하며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다면,남한강과 북한강이 몸을 섞는 두물머리의 ‘S라인’을 마음 편하게 조망할 수 있다면…. 남양주의 작은 사찰 수종사의 매력은 바로 그런 것이다.

수천리를 달려온 한강 줄기가 만나는 두물머리는 바로 눈앞에서는 큰 느낌을 전달받지 못한다. 양평 가는 길에서 양수리 방향 6번 도로를 외면하고 45번 국도로 접어들면 ‘수종사’라는 작은 이정표가 하나 나오고 그 길따라 등산객들만 가끔 찾는 운길산에 올라야 두물머리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봄 가을 수면이 바람따라 꿈틀거린다면 얼어붙은 겨울 한강은 햇빛따라 그 빛깔을 달리한다. 차 한잔 그윽하게 마시고 나면 어느덧 호수와 강의 빛깔이 변해 있다.

한강을 등지고 운길산 자락따라 1시간 남짓 오르면 ‘명상의 길’이라는 작은 오솔길이 나타나고 육중한 돌미륵상이 먼저 방문객들을 반긴다. 미륵상 앞에 주먹만한 아기 불상들이 놓여있는 것이 반갑다. 돌미륵상 왼쪽 어깨 너머 수종사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앞이 탁 트인 이곳 암자는 구름 타고 다니는 제비형이다.

“안개 많은 날엔 가벼운 옷을 입고 와야지. 그럼 날 수 있다니까.” 언젠가 제천 정방사에 들렀을 때 그곳 주지스님은 물안개 자욱한 청풍호반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었다. 앞이 탁 트인 암자들은 구름 타고 다니는 제비형이라며 이런 곳에 오래 있다 보면 마음도 뜨는 법이라고 했다. 정방사가 월악산 자락 아래 스며드는 청풍호반을 감상하는 장소로 좋았다면 영주 부석사는 발 아래 소백산자락 너머로 지는 일몰이 장관이었다. 발아래 펼쳐지는 장관으로만 따지면 이곳 수종사도 뒤지지 않을 듯 싶다. 물안개가 그렇고 호수에 그림자를 담고 있는 작은 산자락들이 그렇다. 청평호에서 피어나는 새벽녘,해걸음의 뽀얀 운무는 운길산까지 자욱하게 뒤덮곤 한다. 조선시대 문인 서거정은 이곳을 천하제일의 명소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수종사의 다른 매력은 대웅전 앞에 자리잡은 찻집 ‘삼정헌’ 이다. 수종사는 물맛이 좋아 초의 선사,다산 정약용,추사 김정희가 차를 즐겨마시기도 했던 곳인데 이 절에 삼정헌이라는 찻집이 들어서 있다. ‘시(詩)’ ‘선(禪)’ ‘차(茶)’가 하나되는 곳이라는 의미의 삼정헌에서 마시는 작설차의 맛은 소문이 났다. 창밖 두물머리를 내려다보며 차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데 강이 내려다보이는 가장 운치있는 찻집을 고르라면 이곳이 손꼽히겠다. 등산객과 방문객의 사랑방이 된 삼정헌에 앉아 있으면 여기저기서 ‘다각’거리는 다기 소리와 즐거운 담소들이 피어난다. 숱한 시객들이 차를 마시기 위해 수종사를 방문했고 또 그럴듯한 시 한 수씩을 남겨놓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수종사 주지스님 역시 삼정헌의 베풂을 “승의 자비가 아니라 수종사 본연의 모습”이라며 넉넉함을 표현했다.

세조가 오대산에서 뱃길 따라 환궁을 하다 양수리에서 범종소리를 듣고 기이하게 여겨 가람을 짓게 했다는 유래를 지닌 수종사는 이밖에도 볼만한 유물들이 여럿 있다. 세조 때 심었다는 두 그루의 은행나무는 수령이 500년이 넘었고 둘레가 7m나 된다. 왕명에 의해 만들었다는 8각형 부도와 사리와 불상이 다수 나온 5층석탑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등산객들에게는 이곳 수종사를 거쳐 운길산에 오르는 트레킹 코스가 인기가 높다. 운길산은 서쪽 적갑산에서 시작해 예봉산까지 종주할 때 기준이 되는 산이다. 수종사 초입에서 정약용 생가터까지 승용차로 10분 거리. 그곳에 남겨진 정약용의 글귀 속에서도 영롱한 수종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아스라한 강변에 어촌이 보이고

위태로운 산머리에 절간이 붙어 있다

생각이 맑아지니 사물이 경쾌하게 여겨지고

몸이 높아지니 신선이 멀지 않구나

<정약용 여유당집 -수종사에서 노닐다->



/남양주=글·사진 고우현 aularge@empal.com

 

 

[여행메모] 남양주 수종사

가는 길=6번 국도를 타고 양평으로 향하다 청평,양수리 방향으로 빠져나온다. 양수대교를 건너기 전 진중삼거리에서 45번 국도를 따라 청평방향으로 좌회전한 뒤 5분 정도 달리면 수종사 초입. 본격 트레킹을 위해서는 이곳에 차를 주차한다. 사찰 인근까지 승용차를 몰고 올라갈 수도 있다. 청량리에서 진중 삼거리까지 2228번,8번 버스가 다닌다. 양수리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수종사 입구에서 내려도 된다.

인근 볼거리=정약용 생가터가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무료 관람이 가능. 드라마 단골 촬영지인 두물머리에서 데이트를 즐겨도 좋을 듯. 인근 자연사 박물관을 구경하거나 용문 5일장(5,10일)에 들러봐도 좋을 듯. 축령산휴양림(031-592-0681),산음휴양림(031-774-8133),중미산휴양림(031-771-7165) 등 숲이 어우러진 숙소들이 인근에 있다.

<스포츠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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