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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수염 생과 사의 그 어디쯤에서 끝내 삶으로 끌어오지 못했던 환자들의 마지막 면도를 준비할 때면 늘 아버지의 모습이 겹치곤 했다. 아버지처럼 수염으로 뒤덮인 그들의 얼굴을 아주 오래도록 정성을 다해 면도해주었다. 어릴 적 어느 아침, 면도하는 아버지를 잠이 덜 깬 눈으로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물어보았다. "아빠 뭐해?" "뭐하긴, 면도하지." "면도는 왜 해?" "수염은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거든." - 김현아의《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중에서 - * 누구든 아버지의 수염을 보고 자랍니다. 위엄과 명예를 상징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초췌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합니다. 중환자실 간호사에게는 생(生)에서 사(死)로 건너가는 환자의 '마지막 인사'를 뜻하기도 합니다. 가장 정성을 쏟는 경건한 시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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