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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충만 - (42) 역사는 되풀이되는가

나무향(그린) 2017. 7. 21. 09:31

텅빈충만 - (42) 역사는 되풀이되는가

 

 올해도 국회에서는 국민의 한 해 살림살이의 예산안을 여당인 민정당이 단독으로 후딱 처리하고 말았다. 정치가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우리의 정치 풍토가 심히 우려되고 한심스러운 지경에 처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좋은 정치란 주권자인 국민이 정치현상에 신경을 안 쓰도록 하는 것일 텐데, 국민의 가슴에 불안과 우려를 한 나름 안겨주고 있는 걸 보면 형편없이 졸렬한 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오늘날 정치를 하는 것은 이미 학식이 있응 사람이 성품이 바른 사람은 아니다. 불학무식한 깡패들에게나 알맞은 직업이 정치다."

 

 아마도 그는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후  아테네의 타락한 정치 현실을 보고 적잖이 속이 상해 이처럼 개탄한 듯싶다. 물론 오늘날 우리의 정치 현실을 '불학무식한 깡패들에게나 알맞는 직업'이라고 볼 수는 없다. 양식을 지닌 수많은 선량들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드물지 않게 의정 단상에서 국회의원으로서는 입에 담을 수 없는 험악한 욕지거리와 원색적인 격돌을 볼 때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결코 호감을 가질 수 없는 직종으로 인식된다.

 

 오늘날 개헌을 둘러싼 정국은 앞날을 전혀 예측 할 수 없이 불안하기만 하다. 수출이 잘되어 사상 처음으로 국제수지에 흑자를 기록하게 되었다고 날마다 야단스럽게 보도하고 있지만, 그런 사실이 다행스럽기는 해도 오늘날 우리 국민 대다수가 안고 있는 불안을 해소해주지는 못한다.

 

 지난해 2월 총선거를 실시할 무렵의 그 거국적인 기대와 희망은 어디로 가고 이제는 불안과 두려움만 커지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요즘 정가와 사회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마치 지난날 어두웠던 시절에 우리가 겪었던 똑같은 일의 되풀이 같아 더욱 불안하고 막막하다. 정말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인가라고 묻고 싶어진다.

 

 파국은 여·야나 정부와 국민 어느 쪽에도 득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입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한결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와 여당 쪽에서 개헌을 주도하겠다면, 그 의지를 말로써가 아니라 성실한 행동으로 국민 앞에 보여줄 때다. 당리당략에서 한 걸음 물러나 주권자인 국민에게 시선을 돌려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말이 없는 대다수 국민이라고 해서 생각과 뜻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 정당인들보다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나라의 안녕과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

 

 정치를 잘 모르기 때문에 또한 거기에 물들지 않는 소박하고 상식적인 입장에서 우리 국민들은 정국을 보려고 한다. 솔직히 털어놓고 이야기하자. 그 제도가 통치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에 그때는 현체제 쪽에서 대통령중심제를 택했던 것 아닌가. 그러나 이제는 국민(유권자)의 정치 감각이 옛날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끝에 간선제인 의원내각제를 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야당 쪽에서 보면 민주당 시절에 의원내각제를 선택한 전력이 있었음에도 굳이 직선제를 고집하는 것은 현재 상황으로 보아 간선제로써는 집권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제 현실로 보아 돈 앞에 매수당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 정치권 밖에서 보는 보편적인 시각이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서로의 입장만을 내세우면서 버틸 수밖에 없는 고충을 국민들도 훤히 알고 있다.

 

 이와 같이 막힌 상황에서는 주권자인 국민의 뜻에 물을 수밖에 또 다른 길이 어디에 있겠는가. 우리 같은 사람은 지금 여당에나 야당에나 별로 기대를 걸고 싶지 않다. 하는 짓들에 멀미가 나기 때문이다.

 

 현재의 정치인들은 국민의 짐을 덜어주기는 커녕 불안과 불만만을 잔뜩 안겨주고 있을 뿐이다.

 

 어느 쪽에서 집권하건 우리는 별로 관심이 없다. 관심이라면 국민들이 마음놓고 믿고 따를 수 있는 정직하고 성실하고 예절바른 사람들이 나라를 다스려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자유민주주의와 국가 안보의 이름아래 개인의 인권이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고 인간의 기본 권리가 존중되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 스포츠 같은 것으로 국력이 과시되지 않고, 국민 각자가 지닌 사랑과 지혜와 덕성이 국력으로 다져진 그런 세상을 이루면서 살고 싶은 것이 우리들의 솔직한 바람이다.

 

 누구나 말하기 좋아하고, 그렇지만 아직 한 번도 제대로 꽃피워보지 못한 이른바 그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으로 돌아가 국민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인민의,인민에 의한, 그리고 인민을 위한'정부를, 권력에 집착한 여·야 정치인들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의해 선택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역사상 포악한 군주의 표본으로 알려진 중국의 걸주가 천하를 잃은 것은 그 인민을 잃었기 때문이다. 인민을 잃음이란 민심을 잃음이다. 그러니 그 인민을 얻어야만 천하를 얻을 수 있다. 민심을 얻으려면 인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서 거기에 호응하고, 인민이 싫어하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맹자>에 나오는 교훈이다.

 

 벌써부터 밖에서는 계엄령이네, 국회 해산이네 하는 뜬소문들이 나돌고 있다. 인간의 상상력이 빚어낸 뜬소문으로 그쳐야 한다. 부끄럽고 얼룩진 우리 현대사가 다시는 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

 

 분수 밖의 과욕을 부리다가 자신도 파멸하고 나라도 망친 예를 우리는 인류 역사를 통해 무수히 보아왔다. 우리가 역사로부터 교훈을 배우는 것은 어리석은 반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는다. 지혜로운 정치인들이여, 잘 산 사람은 한 번 죽지만, 잘못 산 사람은 몇 번이고 죽으면서 그 후 손까지 욕되게 한다는 산교훈을 절대로 잊지 말라.

 

 역사는 전진하는 것이지 후퇴하는 것이 아님을 절대로 절대로 잊지 말라. 우리 시대와 국민을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말아달라. 1986

 

-텅빈충만 - (42) 역사는 되풀이되는가...................P296~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