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충만 - (19) 인간과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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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스스로를 조절할 뿐 파괴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문명의 인간이 자연을 허물고 더럽힌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도외시한 무절제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인간 생활의 원천인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이 말할 수 없이 오염되어가고 있다. 거대한 물질의 더미에 현혹되어 천혜의 고마운 자연과 환경을 사람의 손으로 파괴하고 있는 것이 어리석은 오늘의 현실이다.
자연은 우리 인간에게 아득한 옛적부터 많은 것을 아낌없이 무상으로 베풀어오고 있다.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 밝고 따뜻한 햇살과 천연의 생수와 강물, 침묵에 잠긴 고요, 별이 빛나는 밤하늘, 논밭의 기름진 흙,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 사랑스럽게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 그리고 생기 넘치는 숲…….
온종일 주워 섬긴다 할지라도 자연의 혜택을 말로는 다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자연의 은혜에 대해서 우리들 인간의 대부분은 감사할 줄을 모르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우리 곁에 이런 자연의 은혜가 없다면 잠시도 살아갈 수 없는 처지인데도, 현대인들은 고마운 자연 앞에 너무도 무감각하다.
그저 많은 것을 차지하면서 편리하게만 살려고 하는 약삭빠르고 탐욕스런 현대인들은, 혹심하게 빼앗겨 앓고 있는 자연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한다. 인간과 자연은 빼앗고 빼앗기는 약탈과 주종의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연은 인간에 있어서 원천적인 삶의 터전이고 배경이다. 문명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하나의 도구이고 수단이지 최후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자연과 인간은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로 회복되어야 한다. 파괴되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 안에서만 우리들 인간도 덜 황폐되고 덜 오염되어, 인간 본래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은 지치고 상처받은 인생이 기대고 쉬면서 위로받을 유일한 휴식의 공간이다. 우리가 살 만큼 살다가 죽은 후 차디찬 시신이 되어 묻히거나 한줌의 재로 뿌려질 곳도 또한 이 자연임을 명심해야 한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 자연의 훼손과 환경의 오염이 날로 격심해서 우리들 삶의 터전이 전에 없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다. 인류의 미래를 염려하는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우리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1971년 발표되어 우리를 놀라게 했던 '로마클럽 보고서'는 현대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예리하게 지적한 바 있다. 핵전쟁의 공포와 함께 인구와 식량의 문제, 공업화에 따른 빈부의 격차, 자원의 고갈, 환경 오염 등의 문제는 인류의 미래를 어둡고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가 소원해지고,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파괴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평화의 이름 아래 오늘의 세계가 지구상의 생명들을 모조리, 그것도 수십 차례에 걸쳐 죽이고도 남을 가공할 양의 핵폭탄을 만들어 저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간과 인간 사이가 얼마나 멀어져 있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불행한 현실이다. 그리고 우리의 산과 바다와 강과 토지와 대기가 심각하게 오염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크게 잘못되어 있다는 뚜렷한 증거다.
인류의 화합과 전진을 다짐하는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이런 국제학술회의를 갖게 된 것도, 인류의 당면 과제를 극복하려는 데에 그 의미가 있을 것이다.
-텅빈충만 - (19) 인간과 자연...P 128~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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