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산책 ▒/혜환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9] 십자가

나무향(그린) 2013. 11. 9. 08:29

십자가 - 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렸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P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