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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하기 좋은글] 문득, 나는 오늘 허공을 만나...이교상

나무향(그린) 2013. 10. 14. 15:30

문득, 나는 오늘 허공을 만나
오랫동안 흔들리다가



이 교 상

우듬지
저 연한 촉이 내 몸 붙들고 있지만
공중에 일렁이는 그림자는 허공이라고
고향집 낡은 지붕에 우두둑,
떫은 감이 떨어진다

뽑아도 돋아나는 풀의 질긴
독기(毒氣) 앞에서
바람이 남긴 낙서(落書) 오래 읽고 있는 새여
더디게, 시간은 흐르며 왜
자꾸 눈을 비비고 있나

하루가
저문다는 건 허공을 지운다는 것
사라지는 햇빛 한 줌 서둘러 움켜쥐고,
몸속에 버려져 있는 빈집
조용히 허무는 나무